[사설]小兒病국회가 ‘생산적 개헌 논의’할 수 있겠나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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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복수의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포함한 개헌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어제 발표했다. 그중 이원(二元)정부제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전쟁선포권, 계엄권, 긴급명령권, 사면권, 국회(하원)해산권 등을 갖는다. 국회에서 선출되는 국무총리는 행정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치안, 경제정책, 국방 등 일상적인 국정 전반에 대한 통할권과 내각구성권, 법률안 제출권, 긴급 재정경제명령권 및 처분권 등을 행사한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에서는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고, 국회의 예산편성권을 보장하는 등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자문위는 또 상·하원 양원제와 상시국회제 도입을 제안하고 감사원의 직무감찰, 회계검사 기능 가운데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토록 했다. 하나하나가 국가운영과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개헌 논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7월 17일 제헌절 기념사에서 공식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을 제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그런 가운데 헌법연구자문위는 국회에 개헌특위 같은 기구를 설치해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 절차를 마무리해줄 것을 권고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장기집권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평화적 정권교체 경험이 쌓인 지금은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정비 차원에서 개헌 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여야가 열린 자세로 미래지향적 개헌 논의를 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돼 있는지 의문이다. 헌법과 국회법조차 무시하고 폭력으로 의사일정을 중단시키는 반(反)의회주의가 판을 치는 상황이다. 어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현재 개헌 논의는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국회의장이 추진하며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발을 걸었다. 한나라당이 개헌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10월 재·보궐선거 및 내년 지방선거의 국면 전환을 위한 것이라는 불신을 깔고 있다.

17대 국회 종반인 2007년 초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어 동시 선거를 하자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당시에 성사되진 않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5개 정당 대표가 모여 ‘18대 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민주당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현 여권(與圈)의 의도만 물고 늘어진다.

18대 국회가 합리적 정상적 의사결정 기능도, 정파 간의 신뢰도 복원하지 못한다면 개헌 논의는 정치사회적 갈등만 키운 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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