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문원]기업연구소 살리면 이공계도 산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미국 아이들에게 넌 자라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여자애들은 간호사, 남자애들은 소방수가 되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뭘 하는 직업인지, 남을 돕는 중요한 사명을 가진 직업임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먼저 과학자나 기술자가 뭐하는 직업인지 모르거나 잘못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이 문제가 심각한 이슈가 되는 이유부터 잘못돼 있다.

국가 경쟁력이 약해진다, 산업기술 개발이 안 된다는 등 먹고사는 수단의 차원에서만 과학 기술이 중요시되는 현상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너희는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이공계로 가라”고 하면 웃긴다고 할 것이다. 요즘 젊은이는 목적이 분명해야 평화봉사단에도 가고 신학교에도 간다. 돈 많이 주고 대우 잘해 주는 데만 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에서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한평생 몸을 바쳐 있을 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기업이 일류 과학기술자를 오래 두질 않는다. 대기업에서 어렵게 유치한 과학자가 3년이 못 되어 3류 대학으로 빠져 버리는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가 아니다. 이를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고 묻어 둔다면 정치는 왜 하며 기업은 뭘 하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과학자와 기술자가 돈벌이하는 도구로 잘 사용되다가 얼마 못 가 그만둬야 하는 현실로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는 길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너도나도 대학교수가 되겠다고 한다. 나도 대학교수이지만 망국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연구비를 많이 준다고 좋은 교수가 되지도 않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도 않는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기업이 살려면 기업연구소가 살아야 한다. 기업연구소가 살려면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가 큰 기업 말고 중소기업에도 가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돈벌이 말고도 다른 숭고한 이념을 세우고 실천하고 계몽하고 스스로 몸가짐과 행동으로 사회복지 증진에 참여함을 보여 줘야 한다.

세계 굴지의 회사마다 지향하는 목표(Mission Statement)를 갖고 이를 널리 알린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표방하는 회사는 없다. GE는 “우리는 고객과 공동체 및 사회,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존재한다”고 표방한다. 3M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힌다. 과학과 기술로 돈을 벌면서도 겉으론 다 남을 위해 존재한다고 표방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런 목표를 세워 기업이 돈 버는 조직만이 아니고 국가와 사회와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사명을 홍보하고 실천할 때다. 오늘의 한국은 한국의 기업이 만들어 낸 기적이며 과학기술자의 땀과 노력이 그 원동력이었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계속 이공계로 몰려가야만 될 때다.

기업은 획기적인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악순환의 사회현상을 역류시키기 위한 시스템 공학적 제도를 만들어야만 한다. 정부와 기업과 대학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모두가 해야 될 일이다. 멀리서 보고 안타까워하면서 이런 기대를 걸어본다.

서문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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