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19>식품전쟁

  • 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1분


◇ 식품전쟁/팀 랭 외 지음/도서출판 아리

《“식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부분이다…단골 상점에서 친숙한 상표의 식품을 구매해 일상적으로 먹으며 세계 식품경제와 같은 거창한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 식품경제는 동네의 구멍가게에서 거대 기업에까지 뻗어 있으며 식품의 생산과 처리 방법뿐 아니라 우리의 장기적인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제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식품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식품 정책이란 식품 세계가 움직이고 통제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과식과 굶주림 뒤의 암투

이 책은 식품이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정책을 다뤘다. 유례없이 많은 식품이 생산되고 있지만 공급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크다. 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식품정책 학자인 저자들에 따르면 지난 40년간의 식량생산이 기근을 줄였지만 여전히 지구 어느 곳에서는 굶주림이 문제가 되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과식이 문제가 된다.

저자들은 식탁 앞에 놓인 먹을거리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식품정책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세태를 지적한다.

식품과 질병, 영양과의 관계, 식량이 생산되고 처리되는 방식, 식품을 소비하는 문화, 식품 생산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환경 파괴, 식품 안전 관리 등에서 올바른 식품정책이 나오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식품전쟁인가. 저자들은 식품정책은 사회적인 절차이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의사결정과 활동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의 참여자들은 서로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이를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전쟁의 바탕에 깔린 패러다임 경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년 동안 식품정책의 패러다임은 생산자 중심이었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운송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생산자 몫이었다. 이 패러다임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후 소비자 건강이나 환경 보전을 생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약화되고 있다.

저자들은 지금 식품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생명과학 패러다임’과 ‘생태학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생명과학 패러다임은 유전자조작 기술을 생산에 활용하면서 식품의 영양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01년 현재 미국의 곡물 재배량 중 68%가 유전자조작 기술에 의존한 것이다. ‘생태학 패러다임’은 생물학에 기반을 뒀지만 질병과 해충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공학보다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패러다임들이 경쟁하면서 식품정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문화도 식품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서구에서 비만은 오랫동안 개인이 책임져야 할 건강 문제로 치부됐으나 이제 그 책임은 식품업계, 특히 패스트푸드업계에 돌아갔다. 특히 이들 업체는 어린이를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단체의 타깃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어린이 대상의 ‘설탕 과다 함유 식품’의 TV 광고 규제를 권고했고 미국 여러 주에서는 탄산음료와 스낵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고려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식품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