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균형’ 아쉬운 민주당 결의문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시위 진압 규탄… 불법시위는 “논의만”

통합민주당의 18대 국회 당선자 80명(총 81명 중 구속된 정국교 당선자 제외)이 참석한 26일 워크숍 행사장. 당내 쇠고기 재협상 대책위원회가 한쪽에서 회의를 열었다. 촛불문화제와 관련해 경찰의 시위대 진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준비하는 자리였다.

최인기 정책위의장 주도로 작성된 이날 결의문은 ‘정부가 생존권을 지키려는 국민을 거리로 내몰았고, 이들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 의장은 이날 눈길을 끄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일부에서 ‘시위대는 최소한 현행 법질서는 지키라’는 문구를 삽입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취지는 수용하지만 문구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27일 통화에서 “촛불시위 자체는 공감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일부 불법성 때문에 본래 취지가 퇴색하거나 정부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까지 비판하기는 좀 그렇다는 의견이 법조인 출신 당선자 1, 2명에게서 나왔다. 민주당이 달라지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려면 ‘정부 비판 이상의 무엇’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의견제기는 소수에 그쳤고, 당선자 전체 명의로 나온 결의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의문을 읽어 보면 규탄 대상은 ‘연행 자체’가 아닌 ‘불법 연행’이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결의문을 쓴 김종률 의원은 “도로를 점거한 시위주도자 연행을 문제 삼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가담자에게 경찰이 ‘과잉 대응’한 상황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시위자 검거 이후 “폭압적 검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지만, 불법 폭력시위의 문제를 지적하는 표현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이 과거처럼 ‘한쪽 이야기’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번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여의도 정치권 인사 가운데 정당의 논평이나 주장에서 균형감각을 기대하는 이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당에만 이런 변화를 주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상대방의 실점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혀왔지만, 스스로 국민에게 점수를 딸 기회를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26일 발표된 결의문은 민주당의 균형감각을 보여줄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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