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강원]위안부 할머니들의 3·1절 소망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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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또다시 맞이하는 3·1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처음으로 금강산을 찾는다. 할머니들은 금강산에서 3·1절 기념식을 하고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여 온 수요 집회도 연다.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이들과 북한 내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북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이분들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도 중요하지만 이제 할머니들의 숙원사업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최근 전해진 일본군 위안부 박두리 할머니의 영면 소식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들의 숙원사업이 더는 미루어선 안 될 과제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분들의 숙원은 젊은 시절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후유증과 노환을 치료할 노인병원을 세우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에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 6명은 정부의 도움으로 국적은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귀국한 김순옥 할머니를 제외한 5명은 후유증과 노환 등으로 아직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이들 할머니는 올해 1월 말까지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80∼90세의 고령인 데다 기력이 떨어져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은 또 ‘더럽혀진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전통적 순결의식 때문에 귀국을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중국 벽지에 고립된 채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죽더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 “단 한번도 고향 부산의 영도다리를 잊어 본 적이 없다” “한국말을 잊어버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등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루빨리 이들이 중국에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황은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 활동의 실상은 어떤가.

현재 일본에서는 ‘전후 책임을 묻는 시모노세키 재판 지원 모임’ 등 수십 개의 보상 및 배상과 관련한 단체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일본인으로 구성된 변호사 모임이거나 사회단체이다. 이들은 국내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법정에서 투쟁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때 항공료를 부담하는 등 비용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정대협과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 등이 1989년 설립돼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국회의원들의 관심도 미온적이기만 하다.

위안부 할머니 관련 행사를 열면 집권당이나 야당 가릴 것 없이 고작 의원 한두 명만이 참여하는 실정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민족 수난기에 가녀린 여인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온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들 할머니의 숙원사업을 도외시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세기가 열린 지금,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숙원사업 해결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과거사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소홀히 해 왔던 현실에 대한 엄정한 자기반성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 뛰기 위한 디딤돌을 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3·1절의 의미를 오늘에 다시 새기는 일이기도 하다.

김강원 ‘나눔의 집’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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