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북극에서도 잘 살 자신있습니다”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8시 19분


1년 365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30㎞씩 달렸다. 총 길이 약 1만1000㎞.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공장과 집을 날리고 노숙자 경험까지 했던 조의행(趙義行·51·본보 4월 16일자 A31면·사진)씨는 올 한해 매일 뛰겠다던 약속을 마침내 지켰다. 고난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었다.

“내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조씨는 매일 오전 3시 어김없이 서울 여의도 시민공원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을 돌아오는 4시간 코스를 뛰었다.

32년만에 22㎝의 눈이 내렸던 2월15일에도, 시간당 100㎜의 비가 퍼부었던 7월15일에도 조씨는 멈추지 않았다.

하루 수면시간이 채 3시간이 안돼 체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여러 번.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했던 1년이었다.

이런 그에게 1만1000㎞의 ‘대장정’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시베리아가 아니라 북극에 가서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어느 순간 물욕(物慾)이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주위의 시선과 손가락질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도 배웠습니다.”

친구의 신길동 금형공장 한 구석에 기계를 놓고 일하는 조씨는 자신처럼 경제난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절망하지 말자고 했다. 바보짓 같지만 모든 걸 잊고 한번 ‘뛰어보자’고 했다.

그는 “못난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고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동안 달리는 모습을 800여개의 비디오테이프에 담은 조씨는 내년에 영국 기네스북협회에 신기록 인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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