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포커스 이사람]박상천 민주당 원내총무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크고 작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주당 회의에서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이 당에는 박상천밖에 없느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교차투표제(크로스보팅) 문제로 초선과 중진간에 갈등 조짐을 보이자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론의 최소화’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도 그였다.

주로 초선들이 주장하는 교차투표제에 대해 4선 중진인 박총무가 적극수용 입장을 표명하자 당내에서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여당총무로서 16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요즘 가장 바쁜 정치인 중 한사람이다. 특히 그가 바쁜 이유는 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갖가지 현안에 대한 논리적 설파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4일에도 그는 자신의 방(국회 운영위원장실)을 찾은 기자들을 붙잡고 ‘여당에서 의장이 나와야 하는 논리적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최근 “최고위원 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그가 펴는 ‘출마논리’는 뭘까.

“첫째, 당이 새로운 시대의 물결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경험 있고 시대적 과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 둘째,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하면서 한번도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은 한 적이 없고 부당한 여론의 압력에 굴한 적도 없다. 법안 한 개를 내도 1년 이상 연구했다.”

그는 ‘부당한 일부 여론’의 예로 특별검사제도입 및 인권위 국가기구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익을 위해 개인적 불이익까지 감수했다”고 말했다(그는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이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공천반대인사 명단에 올랐다).

그는 최고위원 다음의 정치적 구상에 대해 “정치지도자는 모든 국가문제에 대해 비전이 있어야 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언뜻 ‘대권(大權)’을 염두에 둔 것처럼 들려 재차 물었더니 “에이…”라며 말꼬리를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후보의 조기가시화는 권력누수 등 국정혼란의 우려가 있고, 나중에 후보자가 적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될 경우 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최고위원 도전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는 ‘당내 율사대표 박상천’으로부터 ‘정치인 박상천’으로의 변신을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권의 이론가’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제 ‘정치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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