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낙선 중진들 대부분 충격딛고 재기 모색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4·13’ 총선에서 낙선한 각 당 중진 정치인들은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낼까. 대부분의 낙선 중진의원들은 ‘일단 휴식 중’이다. 그 중에는 선거 패배의 충격을 딛고 재기를 모색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차제에 정계은퇴를 심각하게 고려 중인 인사들도 있다.

○…경북 봉화-울진에서 19표 차로 석패한 김중권(金重權·민주당)전대통령비서실장은 당선무효소송을 내고 역전을 노리는 한편으로, 당내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 김전실장측은 “울진과 봉화 중 선관위 직권으로 재검표한 봉화지역에선 당장 1위와의 표 차가 줄어들었다”며 “실제 법원에서 재검표하면 당락이 번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

김전실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한 측근은 “대구 경북 선대본부장으로서 지역에 대해 해온 역할을 선거 후에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당내 최고위원 경선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설명.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북제주)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재기를 모색하는 낙선중진. 양의원은 “부총재 경선을 하면 당이 시끄러워진다”며 경선 반대론을 펴지만 내부적으론 경선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

선거가 끝나자마자 두 차례에 걸쳐 권역별 낙선자 모임을 여는 등 낙선위원장 접촉을 시작, 현재까지 90여명 가까운 낙선자들을 만났다는 게 양의원측의 설명. 당내에선 “좌절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

민주당 김봉호(金琫鎬·전남 해남-진도)국회부의장은 “상대방의 금품살포 행위를 여러 건 확보해 고발한 만큼 검찰에서 엄정하게 처리되길 기대한다”며 ‘재선거’에 기대. 현재 맡고 있는 중앙당 후원회장직도 ‘당에서 특별한 말이 없는 한’ 계속하겠다는 입장.

○…민국당의 중진들은 여전히 ‘의욕적’. 지난 주말 태국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한 김윤환(金潤煥·경북 구미)대표대행은 이번 주말 귀국하는 대로 당사에 출근해 재건 구상을 밝힐 예정. 김대행은 출국 전 민정계 출신 일부 낙선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총선에서 실패했지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만큼은 어떻게든 저지할 것”이라고 앙앙불락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는 전언.

부산의 박찬종(朴燦鍾·중-동)전의원은 최근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를 면담, 부산 롯데월드 건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지역현안을 챙기며 재기를 도모. 총선기간 중 “민국당이 부산에서 안 되면 당지도부는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어야 한다”고 했던 김광일(金光一·서)전의원의 경우 총선 패배의 충격으로 말문을 닫았지만 주변에선 “차기 부산시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또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했던 김상현(金相賢)의원은 “세상 일이 사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당분간 주변을 정리하면서 생각하겠다”며 조용한 행보.

○…민주당의 ‘부산 기대주’였던 노무현(盧武鉉·북-강서을)의원은 네티즌들간에 “부산사람들이 너무했다”는 등 논란이 가열되는 데 대해 “부산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비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담담한 태도. 노의원은 부산에서 정치를 계속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유보.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서울 성동)의원은 “이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칩거 중.

<윤승모·정연욱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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