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애 낳는 거 힘들다고 말 안해줬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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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에게도 인기…화제의 임신 웹툰 ‘아기 낳는 만화’ 쇼쇼 작가 인터뷰

웹툰 ‘아기 낳는 만화’의 작가 쇼쇼는 “미디어에선 경력단절이나 산모의 감정기복 등을 추상적으로 다룬다”며 
“사회에서 임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작가가 출산 직전 병원에서 
겪은 일을 다룬 만화의 한 장면.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웹툰 ‘아기 낳는 만화’의 작가 쇼쇼는 “미디어에선 경력단절이나 산모의 감정기복 등을 추상적으로 다룬다”며 “사회에서 임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작가가 출산 직전 병원에서 겪은 일을 다룬 만화의 한 장면.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임신했을 때)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죠. 아무도 말해준 적이 없으니까 별 일 없을 줄만 알았거든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 쇼쇼는(32) “임신과 출산 과정이 예쁘고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더라”며 씩 웃었다. 올 초부터 포털 사이트에 연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쇼쇼 작가의 웹툰 ‘아기 낳는 만화’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그린 웹툰이다. 작품이 주는 느낌 그대로 쇼쇼 작가는 솔직하고 당찼다.

“(출산의 고통도) ‘낳고 나면 다 잊혀 진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나중엔 고생했던 게 잘 기억이 안나요. 육아에 치이다 보면 임산부 커뮤니티에나 파편적으로 올라왔다가 사라지죠. 저는 출산 후 기억이 아직 생생할 때 적어두었어요.”

만화는 겨드랑이가 까매지고 얼굴은 여드름투성이가 되는 산모의 신체 변화, 초음파 사진 등으로 잇속을 차리는 산부인과 병원의 횡포 등이 소재다. 일주일에 두 번 웹툰을 게재하는 날, 모바일 게시판은 ‘수다의 장’이 펼쳐진다. ‘그 정돈 아무 것도 아냐. 나 임신했을 땐 말야~’란 유경험자부터 ‘전혀 몰랐다’고 충격으로 깨닫는 젊은 층까지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물론 이 만화 탓에 ‘출산율이 더 낮아지진 않을까’란 우려도 있다. 간혹 어떤 내용을 놓고 독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모두가 곱지만은 않은 시선에 쇼쇼 작가는 의연했다. “상처 받진 않았다. 지금처럼 많은 얘기가 오가는 게 더 좋다”며 웃었다.

“엄마도 ‘넌 너무 유난스러워’라고 하시는걸요, 하하. 모든 여성이 저와 같진 않겠죠. 그렇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비자발적으로 잊혀지는 면도 분명 있습니다. 심지어 당사자인 여성조차도 관심을 갖지 않고요.”

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한 쇼쇼는 이번이 첫 웹툰 도전이다. ‘엄마도 사람이다’란 메시지를 진부하지 않게 전하려 웹툰을 선택했단다. 그가 볼 때, 웹툰은 비교적 언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매체다.

“‘엄마니까 괜찮을 거야, 엄마는 이럴 거야’라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도 그에게 부여된 역할이나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싫은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쇼쇼의 웹툰은 무척 귀여운 그림체가 인상적인 작품. 토끼와 고양이 등 동물이 등장하고 산모의 신체 부위는 의인화시키기도 한다. 덕분에 인공수정이나 질정제, 배란유도제 등 현실적인 소재도 거부감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스스럼없이 묘사하고 그려요. 산부인과 진료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장면 등은 적나라하긴 하죠. 여전히 받아들이시는 독자는 불편할 수 있겠단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좋게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하고 다행이에요.”

아쉽게도 ‘아기 낳는 만화’는 현재 7, 8회(무료 공개 기준)만을 남겨두고 있다. 남은 회엔 산후조리원 에피소드를 펼칠 예정이다. 쇼쇼는 “좋은 대사로 마무리를 하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거창하게 바라는 건 없어요. 다만 어떤 식으로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는지, 왜 감정기복이 생기는지를 서로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합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함께 생각해볼 기회라고나 할까요. 거창하지만, 국가에서도 임산부가 겪는 일을 이해하고 유효한 출산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어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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