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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매년 음악축제 여는 평창 산골 “이젠 책 읽는 마을로 불려야죠”

입력 2018-02-05 03:00업데이트 2018-02-0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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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방림계촌도서관’
“클래식 마을로 유명하던 우리 마을, 이젠 책 마을로도 유명해지겠어요!” 마을에 처음 생긴 작은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책들을 뽑아 들고 신이 났다.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곳은 우리 마을에 처음 생긴 도서관이에요. 어른들이 보는 책은 이쪽 서가에, 우리 친구들이 보는 책은 여기 있어요. 각자 한 권씩 골라서 읽어볼까요?”

강원 평창군 방림면사무소 계촌출장소 2층에 2일 새로 문을 연 ‘방림계촌작은도서관’. 계촌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 10여 명은 손지혜 교사(38)와 함께 책 2500여 권이 꽂힌 원목책장과 대형 책상, 스툴 등이 갖춰진 도서관 내부를 신기한 듯 둘러봤다. 특히 유아용 책상과 놀이 공간, 푹신한 빈백소파를 갖춘 어린이실에 들어서자 신이 났다. 노규민 군(7)은 “관심이 많은 물고기 책도 있다. 다 읽고 가고 싶다”고 소리쳤다.

창밖으로 눈이 뽀얗게 내려앉은 계촌리 야산과 너른 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새 도서관에 들어서며 탄성을 지른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222m²(약 67평) 규모로 널찍한 이곳은 원래 마을 주민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결혼식장으로 쓰였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점점 본래 기능을 잃었다. 주국창 씨(58)는 “최근 3년간은 결혼식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아서 이 넓은 공간이 방치돼 있었다”며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곳을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황옥근 씨(79)는 “이렇게 잘 지어주니 고맙고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열람 공간, 어린이실뿐 아니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행사를 열 수 있는 프로그램실도 마련됐다.

계촌은 평창 산골의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매년 첼리스트 정명화 등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축제를 열고 있고 초등학교 전교생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독서 환경은 열악했다. 공공도서관이나 서점이 전무해 책을 보려면 30분가량 차를 타고 평창군 도서관까지 가야 했다. 손 교사는 “농사짓는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원한다고 해서 도서관까지 쉽게 갈 수 있는 여건도 못 됐다”며 “어르신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아이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부하며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둘러본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다시 찾아 대출할 책들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열린 개관식에는 심재국 평창군수, 유인환 평창군의회 의장, 양재영 KB국민은행 강원경기남지역영업그룹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가수 서수남 씨의 축하공연으로 개관식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심 군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평창에서 가장 작은 마을 계촌의 열정으로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게 돼 기쁘다. 이 여세를 몰아 올림픽까지 자랑스럽게 잘 치러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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