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개방형 공모 인사는 외부 인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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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방형 직위에 잇단 외부인… 9곳 중 7곳 외부 인사가 수장 맡아
“울산과 연고 없어 소통 잘되겠나”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높아

‘울산시의 개방형 공모 인사는 외부 인사용?’

울산시 산하 공기업 등의 개방형 직위에 울산 출신이 아닌 외부인이 대거 채용되자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임용된 문화계 분야는 불만이 심하다.

울산시는 1월 출범한 울산문화재단 대표에 박상언 전 대전문화재단 대표(57)를 임명했다. 지난해 10월 1차 공모에 울산 출신 문화계 인사가 신청했지만,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2차 공모를 실시했다. 2차 공모에서도 울산시 출신 전직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지역 문화계 인사 등 14명이 신청했지만 박 씨를 선정했다. 경기 남양주 출신인 박 대표는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 사무국장을 거쳐 2011년부터 5년간 대전문화재단 2, 3대 대표를 지냈다. 앞서 울산시는 2014년 11월 울산박물관장에 신광섭 전 국립민속박물관장(64)을 임용했다. 충남 부여 출신인 신 관장은 국립부여박물관장과 국립전주박물관장을 역임했다.

개방형 직위로 전환된 울산문화예술회관장(4급 상당)에는 김광래 전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업본부장(63)이 2015년 2월 임용됐다. 김 관장은 임기를 마치고 최근 퇴직했다. 울산시는 최종 후보에 오른 3명 가운데 후임 관장을 이달 중 임용할 예정이다.

울산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꼽히는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에서도 울산 문화계는 배제됐다. 시립미술관은 건립 예정지인 옛 울산초등교 부지가 울산객사 터로 밝혀지면서 설계변경을 거쳐 준공 시기를 2018년에서 2020년으로 2년 연기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는 미술관의 위치와 건물 배치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울산시는 2015년 6월 문화예술과 산하에 시립미술관 건립 전담팀을 발족하고 팀장에 임창섭 울산시립미술관건립자문위원(53)을 임용했다. 임 팀장은 2009∼2013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뒤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개발원 조감독을 맡았다. 울산 문화계의 A 씨는 “수십 년간 ‘문화 불모지 울산’이라는 이미지를 탈각시키기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지역 문화계를 너무 홀대하고 있다”며 “외지 인사가 울산 문화를 얼마나 알겠으며, 울산 향토색이 묻어나는 문화를 제대로 창출해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인’ 임용은 문화계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울산시가 직접 설치, 경영하는 법인 또는 자본을 출자한 9개 공기업 가운데 울산시설공단과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을 제외한 7개 공기업 대표는 모두 울산과 연고가 없는 인사가 대표다. 지난달 울산도시공사 사장에 최연충 전 주우루과이대사(61)가 임용됐다. 최 사장은 2007년부터 2년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주우루과이대사를 지냈다.

울산의 각종 개발사업을 총괄할 도시공사 사장에 외교부 대사 출신이 선정되자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최 사장 전임자는 울산시 도시국장 출신이었다.

울산의 한 대학교수는 “울산과 연고가 별로 없는 지방 공기업 대표가 울산시 공무원과 제대로 손발을 맞출지 의문”이라며 “울산시의 이 같은 인사 스타일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 합리화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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