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내 아이를 내가 죽였어요”…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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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30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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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아이를 내가 서서히 죽였어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재판장 스케치


#.2
"내 아이를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였어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영상이 시작되자 방청석에는 울음이 번졌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인터뷰와 아이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죠.


#.3
이날은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사실상 1심 마지막 재판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첫 재판이 시작된 후 6개월 동안 마라톤 재판이 진행됐고
내년 1월 6일 선고만 남았죠.


#.4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피해자 측 발언신청을 모두 받아주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법정에서 직접 피해자 측이 준비한 영상을 틀기도 하고
참고자료로 제출받아 검토하겠다고도 했죠.


#.5
"공포에 질려 엄마와 아빠 이름을 부르지만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2살짜리 아이가 인공호흡기를 낀 채 할 수 있는 건
몸을 배배 꼬는 것뿐이었죠.

피해자들은 가족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이런 대 참사를 계기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 고(故) 최모 양의 어머니 김모 씨


#.6
"옥시에서 100억원을 준들, 1000억원을 준들,
이 세상을 다 준들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 것입니다.

(배상금으로) 10억원을 준다고
저희 마음을 달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수의 입으신 (피고인) 분들, 숨 멎을 때까지
저희 피해자 이름을 다 기억해주세요."
- 남편을 잃은 또 다른 피해자 조모 씨


#.7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과 검찰이 변론 내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의 변론을 듣던 피해자 한 명이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가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희는 그 문구 때문에 (제품을) 산 것이다. 그게 쟁점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
이라고 반발한 것이죠.


#.8
이번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 측은
"모든 책임당사자가 참여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해결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복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배상 기준 산정이 까다롭고 일일이 피해자들과 만나 협상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지연되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해결 기구'를 통해 사태의 책임 주체인 정부와 기업들이 포괄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죠.
#.9
검찰은 이날 옥시 측에 벌금 1억50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69·구속 기소)와 존 리 전 옥시 대표(48·현 구글코리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0년을 구형했죠.

옥시 측은 최후변론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 배상안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
재판장은 이날 재판이 끝날 무렵 "의연한 태도로 재판에 참여해주고 방청하신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면으로 내면 충분히 검토하고 고려하겠다"고 다독였습니다.


#.11
'가습기 살균제 해결 기구' 발족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최순실 정국'에 가로막힌 국회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위원회의 재구성도 시급하죠. 1심 마지막 재판은 끝났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피해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본: 허동준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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