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산 數 많은 ELS는 피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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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ELS-DLS 투자 꿀팁 10선’

 개인투자자 A 씨는 지난해 7월 북해산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6개월 만기 상품으로 증권사가 제시한 수익률은 연 7.4%였다. A 씨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원유 가격이 50달러 선으로 내려왔으니 단기간에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 초 원유 가격이 배럴당 27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A 씨는 약 40%의 원금 손실을 봤다.

 유가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을 결합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DLS 같은 파생결합 투자상품 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포장돼 은행 등에서 팔리고 있지만 투자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국내 파생결합 투자상품(ELS, DLS, ELB, DLB) 발행 잔액은 101조5000억 원이다. 지난해 말(98조8000억 원)보다 2조7000억 원 늘었으나 증가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파생결합 투자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며 기초자산이 주식종목이나 주가지수이면 ELS, 원유가격 등이면 DLS로 나뉜다. ELS나 DLS에 투자하면서 채권처럼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파생결합사채 상품도 포함된다. 기초자산 종류에 따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가 있다.

 파생결합 투자상품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이 날 경우 규모가 큰 특징이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상품의 이런 특성과 위험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경아 대신증권 수지지점 부지점장은 “요즘 ELS나 DLS 등의 상품을 찾는 고객 중 이런 종류의 상품에 처음 투자하는 이가 꽤 많아 투자 고객 중 상당수는 손실을 보고 이미 환매했다”며 “이 상품을 찾는 사람들은 처음 투자하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파생결합 투자상품은 은행 등에서도 판매되지만 기본적으로 원금을 떼일 수 있는 상품이다. 기초자산 값의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실 상환된 ELS의 평균 손실률은 37.28%였다. 실제 지난해와 올 초 저금리와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금융업 비중이 약 68%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폭락하자 이쪽에 투자한 ELS 등이 큰 손실을 냈다.

 일반 예·적금처럼 예금자보호대상도 아니다. 증권회사가 파산해 채권자에게 지급할 돈이 모자라면 투자자는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한다. 기초자산이 여러 개이거나 제시한 수익률이 높을수록 더 위험하다. 기초자산 수가 많다면 그만큼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많기 때문에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

 중도 상환하려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조기 상환은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 개방형펀드나 주식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어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한 뒤 만기까지 회복되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ELS나 DLS 등은 예·적금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 전세자금이나 노후자금을 굴리는 용도로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추후 분쟁에 대비해 영업점이 제공하는 상품안내 서류 등을 잘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운용하는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fine.fss.or.kr)’의 ‘금융꿀팁 200선’에서 상세한 ELS, DLS 투자 유의점을 참고할 수 있다.

박창규 kyu@donga.com·황성호 기자
#기초자산#els#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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