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없어 불안해요” 주민의견 모은 지도 만들어 집중순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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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접목 범죄줄이기 사례 주목

범죄 취약지역에 스티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주민 윤혜영 씨(29)가 대형 지도에 
자신이 생각하는 취약지역을 표시하고 있다. 서대문경찰서는 이 정보를 활용해 주민 안전을 위한 ‘모아모아 지도’를 만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범죄 취약지역에 스티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주민 윤혜영 씨(29)가 대형 지도에 자신이 생각하는 취약지역을 표시하고 있다. 서대문경찰서는 이 정보를 활용해 주민 안전을 위한 ‘모아모아 지도’를 만들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골목길에서 옷을 벗은 한 남성이 여성을 따라가며 추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 남성은 신고가 들어온 지 30분 만에 검거됐다. 범행 현장이 최근 서대문경찰서가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순찰강화지역으로 지정한 곳이었고 마침 그 부근을 순찰하던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한 덕분이었다.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대문구같이 ‘민관(民官)’이 협조해 범죄 예방 시스템을 갖춰가는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 요인을 효과적으로 파악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주민 참여형 인터넷 지도 덕분에 안전해진 골목길

서대문서는 4월부터 서대문구 동주민센터 14곳에 대형 지도를 비치하고 주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지역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인터넷 안전지도 ‘모아모아 지도’를 만들고 있다. 모아모아 지도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지도다.

24일 찾은 서대문구 연희로 연희동주민센터 현관 바로 옆에 있는 대형 지도에는 ‘폐쇄회로(CC)TV도 없어서 여자 혼자 다니기엔 무서워요’ ‘밤에 술 취한 사람이 문 두드린 적도 있어요’와 같은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지도에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여 정확한 위치를 표시한다. 약 1개월 만에 모인 스티커만 벌써 100개가 넘었다.

경찰은 이렇게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순찰강화지역, 가로등이나 CCTV 설치가 필요한 지역(시설개선지역), 비행 청소년이 자주 모이는 지역(청소년비행지역) 등으로 분류해 인터넷 지도에 표시한 뒤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모아모아 지도에 표시된 순찰강화지역은 86곳, 시설개선지역은 138곳, 청소년비행지역은 31곳이다. 지도 정보는 경찰서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주민들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대학생 채소형 씨(23·여)는 “오후 10시면 골목길이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는데 순찰차가 자주 보여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실제 모아모아 지도가 생긴 뒤로 112 신고 건수도 감소했다. 올해 4월 1일∼5월 22일 서대문서에 들어온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830건) 줄었다. 강력범죄 발생 등 긴급 신고 건수는 46.3%(69건)나 감소했다. 이기범 서대문서 생활안전과장은 “그동안 경찰의 시각에서 치안 정책을 세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니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 비명 소리만 들려도 경찰 출동하는 화장실

정보기술을 활용해 위급 상황 시 자동으로 112 신고로 이어지도록 한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24일 여성이 비명만 질러도 사이렌이 울리며 경찰에 신고 접수까지 이어지도록 한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을 시범 설치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제안한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은 소리와 열, 연기를 감지하는 센서가 비명이 들리면 건물 관리자와 112에 자동으로 경고음을 보내도록 설계됐다. 위급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화장실 내 비상벨을 누르지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 교수는 “화장실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날 위급한 상황 속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편의점에 지정한 ‘여성안심지킴이집’을 올해 안에 10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2014년 설치된 여성안심지킴이 집은 현재 서울시내 편의점 673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편의점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위급 상황에 카운터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거나 아무 말 없이 전화기만 내려놓아도 경찰이 바로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한기재 기자 ·장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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