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개발사 내꺼, "스팀 그린라이트 통해 '베르서스' 인정받아 기뻐"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4월 29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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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간섭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어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대다수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디게임 개발자의 길에는 게임 개발 비용, 기술적인 어려움, 생계 유지 등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힘들게 개발한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외면받지 않을까 불안에 떠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많다.

인디게임 개발사 내꺼는 이 문제를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해결했다. 스팀을 사용하는 게이머들이 직접 출시 게임을 투표하는 그린라이트 페이지에 자사에서 개발 및 서비스 예정인 액션 온라인게임 '베르서스: 배틀 오브 더 글래디에이터'(이하 '베르서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후 3일 만에 '베르서스'의 그린라이트 통과(그린릿)가 결정됐다.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베르서스'는 3인칭 시점에서 논타겟팅 근접전투로 PvP가 진행되는 액션 온라인게임이다. 게이머는 세계를 정복한 클라데라 제국에 포로로 잡힌 노예 검투사로서 홀로 혹은 다른 게이머와 팀을 맺어 상대와 겨뤄야 하며, 다양한 전투 패턴과 장비를 통해 심도 있는 심리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의 개발은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엘리트 게임 개발자들이 맡았다. 베르서스의 개발자 중에는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 프로그래밍을 맡았던 김영광 부사장과 14년의 경력 동안 소프톤의 '다크에덴2',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울프 나이츠' 등을 개발한 방대현 아트 디렉터도 참여했다.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과연 어떤 계기로 이들이 '베르서스' 개발에 참여했는가, 그리고 '베르서스'를 스팀에 출시할 기회를 어떻게 얻었는가. '베르서스'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내꺼의 김영광 부사장, 방대현 아트 디렉터, 강기환 기획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먼저, '베르서스'의 주요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강기환 기획팀장(이하 강 팀장) - '베르서스'는 3인칭 시점으로 근접전을 즐길 수 있는 액션 온라인게임이다. '서든어택'의 '칼전'이나 '건즈: 더 듀얼’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현재 준비된 7가지 검술의 특징과 상성관계에서 파생되는 고도의 심리전을 '베르서스'의 주요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나아가 같은 검술이라도 다른 스킬을 설정해 상대가 쉽게 예측하지 못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방대현 아트 디렉터(이하 방 AD) -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과 갑옷 부위파괴 시스템도 중요하다.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은 무기의 궤적에 따라 맞는 위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조작과 사용한 스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피해를 입을 때마다 갑옷이 부위별로 파괴된다. 갑옷이 파괴될 때마다 방어력은 낮아지고, 부서진 무게만큼 속도는 빨라진다.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힘썼다.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김영광 부사장(이하 김 부사장) - 게임 개발에는 언리얼 엔진3를 사용했다. 자체 개발한 서버 최적화 기술을 통해 1개의 서버 프로세스가 약 1천 명에서 2천 명가량의 게이머를 감당할 수 있다. 오픈 초기에 제공될 8 대 8 팀전이나 16인 토너먼트전뿐만 아니라, 향후 백 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전투를 벌이는 모드도 추가할 계획이다.

Q. 그렇다면 '베르서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김 부사장 - 검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특정 검술이 더 뛰어나다는 식으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는 한다. 여기에 착안해 다양한 검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Q. 오랫동안 개발한 '베르서스'에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게이머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베르서스'의 장점이나 "이 요소는 통한다!"라고 할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A. 강 팀장 - '베르서스'는 입문하기는 쉽고, 고수가 되긴 어려운 게임이다. FPS와 비슷하게 조작할 수 있어 FPS를 즐긴 게이머일수록 적응하기 쉽다. 그러나 7종에 이르는 검술의 장단점, 상대의 패턴 예측 등은 게임을 많이 플레이 해 봐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했다.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보고, 이를 다시 파훼하는 재미를 게이머들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방 AD - 반사신경 등 조작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에게 유리한 검술뿐만 아니라 조작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검술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검술을 준비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검술을 찾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Q. 검술 콘텐츠에 대해 많이 강조한다. 그만큼 중요한 콘텐츠라면 가이드라인을 정할 법한데 게이머들이 직접 찾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A. 강 팀장 - 각 검술과 스킬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검술과 전략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전략과 게임플레이가 창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였다. 지난 3월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도 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베르서스의 망치는 움직임이 둔한 대신 적을 문자 그대로 한 방에 물리칠 수 있다. FPS의 저격총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고수용 검술이라 생각했으나 비공개 테스트 중에는 초반부터 망치로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플레이어도 많았다. 내부 테스트에서는 본 적 없었던 4인 망치팀이 구성되기도 했고, 그에 대한 파훼법도 금방 나왔다. 이처럼 새로운 플레이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거꾸로 공식 가이드라인이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Q. 근접 전투와 검술, 여기에 타격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베르서스'는 공개된 스크린샷과 영상 등에서 출혈 표현 등 수위 높은 묘사도 눈에 띈다. 어떤 기획 의도로 구현했는가?

A. 방 AD - 대전격투게임 등에서 사용하는 화려한 이펙트는 '베르서스'에 어울리지 않아 다른 방법으로 타격감을 묘사하기 위해 고민했다. 특히, 다수가 함께 싸우는 경우에는 이펙트가 지나치면 플레이 화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출혈 묘사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잔인한 묘사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강 팀장 - 근접 전투인 만큼 눈앞에서 적이 베이는 모습을 보게 되어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에 청소년 이용불가로 출시된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베르서스'의 묘사 수위는 낮은 편이다. 실제 플레이 중에는 크게 잔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김 부사장 - '베르서스'는 도검류, 둔기를 들고 싸우는 게임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폭력 묘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한 심의 단계에서 판매 불가 판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묘사 수위를 더 낮출 생각도 없다. 게임 자체가 심심해진다.

Q. 이 밖에 '베르서스'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A. 강 팀장 - 일부 맵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발리스타나 석궁 등 원거리 공격 수단도 존재한다. 잘 사용한다면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으며, 새로운 전술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수백 종에 이르는 장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작, 개조 콘텐츠를 준비했다. PvP 외에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보스를 상대하거나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들로부터 최대한 오래 생존하는 콘텐츠도 있어 싱글 플레이를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베르서스'는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이다.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Q. '베르서스'의 자랑거리에 스팀 그린라이트의 빠른 통과가 빠져서 의외다. 3일 만에 출시 게임으로 선정됐는데 기쁘지 않은가?

A. 강 팀장 - 확실히 3일 만에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것은 예상외였다. 해외에서도 '베르서스'가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뻤다.

방 AD - 솔직히 말해 100위권에만 들어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순위가 상승해 최종적으로 18위까지 올랐다. 약 5천 명의 게이머들이 투표 페이지를 방문했고, 이 중 약 2/3가 투표에 참여했다. 다른 게임보다 '싫어요' 수가 훨씬 적었던 점이 특히 고무적이었다.

김 부사장 - 스팀 그린라이트의 결과는 분명 놀라운 것이었지만 자랑할 만한 일인 지에 대해선 조금 조심스럽다. 스팀 그린라이트는 어디까지나 중간과정일 뿐 게임 출시 후 플레이어의 반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Q.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강 팀장 - 근접전 멀티플레이란 전례 드문 콘텐츠가 좋게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베르서스'가 다른 스팀 게임과 비교해도 퀄리티나 개성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특히, 게이머의 실력을 따지는지, 혹은 버튼만 연타하는 게임인지 물어보는 게이머도 있었다 심리전과 상황 판단력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답변했더니 대단히 만족해하더라.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베르서스 플레이 화면 (출처=내꺼)

Q. 스팀 그린라이트 도전에 유의할 점이 있다면?
A. 강 팀장 - 스팀 그린라이트는 투표율 자체는 높으나 투표에 참여하는 게이머들의 취향과 눈높이가 까다롭다. 게임 퀄리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그린라이트 투표 페이지 지속적으로 노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노출시킬 목적으로 여러 매체에 보도자료를 보냈고, 해외 역시 게임 전문 보도자료 배포 사이트를 통해 게임을 알렸다.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니 그린라이트 페이지에 방문한 게이머 중 절반 이상이 한국 게이머고, 그 다음이 미국 게이머였다.

Q.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 후 일정은 정해졌는가?

A. 강 팀장 - 2016년 여름 중으로 앞서 해보기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해보기 버전 공개 후에는 순차적으로 맵을 추가할 것이고, 그 외에도 오픈 전까지 계속 검술별 스킬과 새 검술, 장비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플레이어가 만족스러워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찾기 위해 아직 고민 중이다.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내꺼 인터뷰 현장 (출처=게임동아)

Q. 마지막으로 '베르서스'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김 부사장 - ‘베르서스’는 테스트할 때마다 개발진이 즐거움을 느끼는 게임인 만큼, 플레이어들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확신한다. '베르서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더 좋은 게임, 더 재미있는 게임으로 계속 게이머들에게 찾아갈 것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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