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간 태권도, 발차기·격파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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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작년 4월 이후로 마을 분위기가 제일 좋은 날 같아요.”

지난달 31일 네팔의 칸디샤우르. 니마 렌젠 세르파 군(16)은 “(나의)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해서 어제 밤에는 잘 못 잤다”고 말했다. 세르파 군의 꿈은 태권도 국가대표다. 3년 전 태권도를 시작한 그는 “꼭 꿈을 이루겠다. (나를) 기사에 소개하게 되면 이름 앞에 ‘태권도 러버(Lover)’라고 꼭 좀 적어 달라”고 했다.

세계태권연맹(WTF) 대표단이 이날 태권도휴매니테리언파운데이션(박애재단) 출범에 앞선 시범사업을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이달 중 출범할 WTF 박애재단은 세계 곳곳의 난민촌과 자연재해 피해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훈련 장비 지원과 현지 태권도 사범 선발 교육 등을 할 예정이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70㎞가량 떨어진 칸디샤우르는 신두팔촉에 속한 마을로 지난해 4월 발생한 대지진 때 피해가 심했던 지역 중 한 곳이다. 당시 신두팔촉 지역에서만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도 피해 복구가 안돼 학생들은 반쯤 무너진 학교 건물에서 수업하고 있다. 조정원 WTF 총재(69)는 “이제 스포츠가 승패에만 매달리는 시대는 지났다. 고난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올림픽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날 WTF 대표단 중 12명으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단이 절도 있는 발차기와 격파술 시범을 보일 때마다 주민 2000여 명의 탄성과 환호,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샤티야 나라얀 만달 네팔 체육청소년부장관은 “태권도를 국가 스포츠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의 각급 학교 선택과목인 태권도가 국가 스포츠로 지정되면 필수과목이 된다. 만달 장관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메시는 다 안다”며 “네팔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권도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박애재단 출범은 조 총재가 제안했고, 지난해 12월 멕시코에서 열린 WTF 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WTF의 박애재단 출범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WTF는 지난해 12월에도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을 찾아가 박애재단 출범에 앞선 시범사업을 벌였다. WTF 대표단은 칸디샤우르 마을에 1만 달러(약 1200만 원)의 성금과 태권도 도복 300벌을 전달했다.

칸디샤우르=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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