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천재 미드필더 김두현, 다시 ‘파이터’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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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의 중원사령관 김두현(33)을 평가할 때는 윤정환 울산 감독과 고종수 수원 코치의 이름이 함께 따라다닌다. 김두현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볼 컨트롤과 날카로운 패싱, 슈팅력을 겸비한 ‘테크니션’의 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김두현은 월드컵 등 중요한 국제대회 때마다 압박과 거친 몸싸움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들에 밀려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최종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본선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기술은 좋지만 거친 팀을 상대하기에는 몸싸움이 약하고 수비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서 성남으로 이적한 김두현의 최근 경기력은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다르다. 경기 도중 상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 싶으면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동료들을 강하게 독려한다. 성남 관계자는 “예전의 김두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라운드에서 소리도 많이 지르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한다”며 “짐승 같은 본능을 그동안 오래 숨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올 시즌 김두현의 포지션을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시켜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수비진까지 이끌어야하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한편 잊혀진 김두현의 투지를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김두현은 2005년부터 2007년 성남에서 활약할 당시 3시즌 동안 174개의 반칙을 했다. 2006년에는 33경기에서 무려 82개의 반칙을 했을 정도로 수비수만큼 거칠었다. 그러다 이후 수원에서 5시즌을 뛰는 시기에는 몸을 무척 사렸다. 다시 성남으로 돌아온 ‘순둥이’ 같은 ‘천재 미드필더’는 ‘파이터’로 돌아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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