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말싸움 하다 등 깨물린 40대 주부 사망

충격시 혈관 파열 희귀병 앓아… 檢, 가해여성 상해혐의 기소 방침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복도식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주부 박모 씨(45)는 6월경 “왜 복도에 자전거를 세워놓는 거야”라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주부 A 씨(43)의 자전거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소리를 듣고 나온 A 씨는 박 씨에게 항의했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화가 가라앉지 않은 박 씨는 다음 날 오전 8시경 A 씨의 집에 찾아갔다. 말싸움 끝에 박 씨는 A 씨의 머리를 잡아 흔들고 등을 깨물었다. A 씨의 등에 3cm 정도 크기의 상처가 났다. A 씨는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시간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A 씨는 ‘혈관성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라는 희귀 혈관질환을 앓고 있었다. 복부의 대동맥이 갑자기 파열돼 숨진 것이다. 이 질환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멍이 들고 동맥이나 장이 저절로 파열돼 사망할 수 있는 희귀질환이지만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모를 수도 있는 질환이다. A 씨의 유족들도 경찰 조사에서 “평소 몸이 약했다”고만 했을 뿐 A 씨가 그런 질병을 갖고 있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를 부검한 부검의는 “A 씨가 다툼 과정에서 갑자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볼 때 다툼의 여파로 동맥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은 일단 박 씨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박 씨의 폭행과 A 씨의 사인이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히는 데 수사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