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종찬]우리는 왜 한대련을 탈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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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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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
고려대 총학생회는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배출한 것을 시작으로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거쳐 2009년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가입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학생연대 활동을 해오며 대한민국 학생운동사의 큰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지나치게 학생연대 활동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을 대변하고,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일은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통진당 연계한 학생운동 한계

특히 2011년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한 공약 이행보다는 한대련 행사를 학내에 유치하고 홍보하는 데 주력해 한대련 활동을 위한 총학생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행적은 많은 학생들의 눈총을 샀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를 반대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한대련 간부들이 폭언을 쏟아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총학생회장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한대련 간부를 감쌌다. 고려대 학생들이 느낀 분노와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나는 지난해 말 총학생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역설하며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제1공약이 ‘한대련 탈퇴’였음은 물론이다.

한대련의 행적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개입’, ‘김재연 지키기 운동 전개’, ‘김정일 사망 시 추모 발표 및 사절단 파견 시도’, ‘해군 훈련을 전쟁 도발 행위로 정의 및 규탄’, ‘통진당과의 총선 공모’, ‘특정 후보 지지 선언’ 등이 있다. 이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편향되느냐 아니냐가 옳고 그름의 기준은 아니다. 학생회 역시 엄연히 학내 정치를 행하는 곳으로 정치적 주관은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정치적인 의사 또는 행동이 ‘학생들의 뜻에 위배되지는 않는가’이다. 앞서 열거한 행적들은 고려대 학생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반영하지 못한 ‘한대련만의’ 생각이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되는 것이다.

또한 특정 정당과의 지나친 협력관계는 학생운동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대련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그들의 목표 중 하나는 정권 교체와 그것을 위한 학생회 장악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할 연대기구의 활동 방향이라기엔 지나치게 노골적이며 불순하지 않은가?

한대련 탈퇴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대련 활동가들은 탈퇴 이후의 대안이 있는지를 묻는다.

지금은 연대활동을 통한 학생운동보다 한대련으로 인해 실추된 총학생회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가입 총학생회가 10여 개에 불과한 한대련보다 더 많은 대학 총학생회들이 함께하는 당장의 대안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총학생회가 탈퇴 반대론자들의 ‘대안 요구’에 시달리자 30개가 넘는 총학생회들이 고려대 총학생회에 지지,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일이라면 함께 힘을 합치자며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로운 시대 걸맞은 활동 펼칠 것

이달 10일부터 사흘간 고려대 총학생회는 한대련 탈퇴 학생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89%의 학생이 탈퇴에 찬성했다. 한대련 탈퇴는 ‘상식적인 총학생회’를 만들자는 결론과 궤를 같이한다. 상식적인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에 반(反)하지 않고, 상위 조직을 위해 학생을 뒷전에 두지 않는 총학생회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의 학생운동을 만들어 나갈 때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는 그 신호탄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일부 학생운동가들의 좁은 시야로 만들어 가는 학생운동보다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
#시론#고려대#총학생회#한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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