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日‘집단적 자위권’ 어떻게 볼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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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지시로 일본의 장기 비전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위원회가 일본의 안전보장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받아들이는 일본과 한국의 온도차가 있다. 일본에서는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전부터 주장되어 온 내용이기 때문에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국민감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美 세계전략 맞춰 영향력 확대 노려

반면 한국은 올 들어 일본의 ‘우주의 군사적 이용’ ‘핵무장 의혹’에 이어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자위대기지 밖 무력사용 추진’에 이르기까지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일본 우익들의 계산된 음모로 해석하면서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우경화’를 넘어 ‘군사대국화’를 꾀하고 심지어는 ‘핵무장’까지 하려는 극히 위험한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총리 직속 위원회가 용인을 주장한다 해서 당장 일본의 안보정책을 변경하지는 못한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중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본 국민들은 그러지 않아도 경제 불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다. 당장 ‘연금에서 돈을 빼앗아 미사일을 산다’는 비난이 들끓어 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다 총리조차 “(집단적 자위권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치권 내에서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1990년대 걸프전 이후 ‘국제 공헌’에 관심을 갖게 된 일본 보수 정치가들이 자위대의 파견을 통한 ‘피의 공헌’이 필요하다고 보고 피의 공헌을 하려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안보전략 변화에 맞춰 자위대의 기동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현재 ‘집단적 자위권’ 논의는 미군의 전략적 변화에 따른 공백을 일본이 얼마만큼 확대할 수 있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일본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참하면서 일본의 영향력도 확대하려는 전략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일본 내 ‘집단적 자위권’ 주장을 용인함으로써 자신의 비용과 역할을 줄이려는 실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게 아님은 분명하지만, 일본 우익 정치가들은 그 틈새를 노려 ‘군사대국화’와 ‘핵무장’마저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중일 군사적 긴장땐 한국 안보 부담


문제는 현재 일본 정치가 불안정하여 애국심을 자극하는 ‘헌법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 등의 주장이 선거의 쟁점이 되기 쉬워졌다는 데 있다. 현재 야당인 자민당은 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용인을 당론으로 내걸고 있다. 게다가 자민당은 9월로 예정된 총선을 겨냥해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만약 자민당이 다시 제1당이라도 되면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을 완화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동아시아 역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져 중-일 대립도 격화될 수 있고 이 경우 중-일 양국의 군사적인 긴장 사이에 놓인 한국은 안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외교정책도 그만큼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지금이라도 일본의 군사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시론#진창수#대일관계#집단적 자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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