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이름은 숨긴채… 北 ‘위대한 어머님’ 선전 영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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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이니치신문 자료 입수 “장군님의 가장 귀중한 동지”
지난달부터 軍간부에 상영… 개정판서 ‘리은실’ 나오는듯

북한이 김정은의 생모로 2004년 6월 사망한 고영희가 생전에 김정은, 남편인 김정일(전 국방위원장) 등과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자료를 제작해 상영하는 등 김정은 생모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보 9일자 A6면 北, 김정은 우상화 위해 生母 이름까지 조작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0일 ‘위대한 선군(先軍)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제목의 북한 내부 영상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1시간 반 분량으로 1980, 90년대 촬영된 장면들을 갖고 만든 동영상이다. 김정은이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고영희의 모습, 김정일의 신변 보호를 위해 권총 사격 훈련을 하는 고영희의 모습, 김정일의 야전 점퍼를 손질하는 고영희의 모습이 주요 내용이다. 고영희가 김정일 가족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기록영상은 내레이션에서 고영희를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가장 귀중한 혁명 동지, 선군의 우리 조국과 김일성 민족을 위해 하늘이 보낸 분” 등으로 신격화했다. 또 고영희를 김일성 주석의 모친인 강반석, 김 국방위원장의 모친인 김정숙에 이어 최고지도자의 ‘위대한 모친’ 계보에 올리며 “장군님(김정일)에게 애정과 충성을 다한 어머님”으로 치켜세웠다. 북한은 이 영상을 지난달부터 조선인민군 및 노동당의 중견 간부 등을 대상으로 상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런데 북한은 고영희를 우상화하면서도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임을 감추기 위해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북인권단체인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 대표인 간사이대 이영화 교수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영희를 다룬 북한 영상은 총 2개가 있는데 마이니치가 입수한 것은 첫 번째”라며 “첫 영상에는 고영희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어머님’이라고만 부르고 있는데 이를 본 인민군 및 노동당 간부들이 이상하게 여기자 북한 당국이 영상을 회수했다”며 “그 후 같은 영상에 고영희를 ‘리은실’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두 번째 영상을 제작해 상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영희는 1960년대 초반 북한에 건너간 재일교포 출신인 데다 김 국방위원장의 세 번째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북한의 공식 보도에 등장하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은의 지위가 최고지도자로 확정된 이상 생모의 존재를 애매한 상태로 둬서는 안 된다고 지도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영희의 생일(6월 26일)을 맞아 신격화 작업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경력이 정리돼 공표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북한#고영희#김정은#생모#마이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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