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당선자 설문]당선자 92% “지역구 행사보다 국회 챙길 것”… 말처럼 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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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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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 12월 국회 풍경은 늘 비슷하다. 정부부처 예산의 감액심사를 하는 상임위 회의장 앞에는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해당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서울 종로구 세종로와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가 아예 여의도로 옮겨온 듯하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한 해 나라살림의 얼개가 제대로 짜인다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는 으레 정쟁의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간다. 1년간 미뤄온 여야 간 쟁점법안들이 연말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곳곳에 전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선거라도 맞물려 있으면 여야는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로 돌변한다.

회의는 번번이 파행을 빚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끌다가 결전의 날을 맞는다. 야당의 회의장 점거에 맞서 여당도 물리력을 동원한다. 18대 국회에서는 보좌진까지 의원들의 멱살잡이에 나섰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저주의 굿판’을 벌인 뒤 야당은 거리로 나서는 ‘빤한 스토리’가 십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 19대 국회는 달라질까

18대 국회는 끝없이 추락했다. 임기 4년 동안 단 한 번도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통과시킨 적이 없다. 여야가 충돌할 때마다 온갖 ‘무기’가 동원되더니 마침내 최루탄까지 터뜨리며 세계의 비웃음을 샀다. “이제 19대 국회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그만큼 19대 당선자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국회의원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정당과 정파의 이익만 앞세우기 때문’(50.9%)인 만큼 18대 국회에서처럼 몸싸움과 ‘묻지마 폭로’만은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이뤘다.

‘법안 발의 건수 역대 최고’에 이어 폐기 건수 역시 역대 최고라는 기록은 18대 국회의 비생산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다.

19대 당선자의 36.7%는 ‘통과 가능성과 상관없이 법안을 마구잡이로 발의하는 것은 입법권 남용으로 비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기에는 정부 입법을 대리하거나 특정 이해관계에 따른 입법 활동을 경계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4%는 ‘외부에서 법안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다보니 법안 발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의원 입법에 대한 양적 평가를 뛰어넘는 질적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상임위나 예결특위 회의 때마다 공무원이 총출동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19대 당선자의 61.5%가 ‘사전에 회의 안건을 분명하게 정해 관련자만 국회에 출석토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16.8%는 ‘화상회의 등 온라인회의를 활성화해 국회 출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간 대립으로 회의는 겉도는데 공무원들은 마냥 대기해야 하는 잘못된 풍토를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19대 당선자의 무려 91.7%는 지역구의 중요한 행사와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일정이 겹치면 ‘지역구에 양해를 구하고 국회 일정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구 행사를 먼저 챙기겠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국회 회의 때마다 무시로 제기되는 의결정족수 논란에서 19대 국회가 얼마나 자유로울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 여전히 너무나 멀리 있는 그들

그렇다고 19대 국회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만 봐도 여야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컸다.

당장 18대 국회가 가장 잘못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당선자의 71%는 ‘폭력 행사’를 꼽았다. 반면 민주통합당 당선자의 71%는 ‘여야 간 타협 없는 문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야당의 폭력, 야당은 여당의 독주를 꼬집은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설정을 놓고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한다’는 데 새누리당 당선자는 80%가 동의한 반면 민주당 당선자는 절반만이 찬성했다. 민주당 당선자의 36%는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견 차이가 거의 없었다. 양당 모두 각각 43%가 ‘자유롭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불체포·면책특권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되거나 무차별 폭로를 하지 않으면 필요 없을 이런 특권에 여야 모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수(選數)에 따른 의견 차이도 적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초선의 60%는 ‘국민의 뜻은 안중에 없고 정당과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선 이상은 그 비율이 42%로 떨어졌다.

또 당론과 본인의 소신이 다를 때 ‘소신을 지킨다’는 응답은 초선이 50%인 반면 재선 이상은 42%로 다소 줄었다. 대신 ‘지역유권자의 뜻에 따른다’는 응답이 초선은 12%인데 비해 재선 이상은 23%로 초선보다 2배가량으로 많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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