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수범]교통선진국, 규제보다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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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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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2010년 기준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6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29위로 나타났다.

도로교통시스템이라는 것은 도로, 차량, 사람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람이다. 전체 시스템에서 나머지 둘은 물리적인 요소이지만 사람은 물리적인 요소라고 하기 어렵다. 필자가 매학기 초 도로교통시스템에서의 사람의 특성을 강의할 때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라는 것이다. 운전자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운전자가 동일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도로교통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운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걸 설정하고 거기에 약간의 안전율을 반영한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극단적인 행태를 보일 때는 시스템이 붕괴되고, 그 결과 일부분의 행태가 교통사고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렇게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는 운전자의 비율이 교통안전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교통안전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과속사고, 음주운전사고, 보행자사고 등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도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 형태다. 이런 사고는 도로 이용자들의 안전 불감증, 즉 안전을 무시한 도로 이용자 행태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교통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현상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한 가지 사례만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가 시내버스나 택시를 탈 경우 그 차량이 법규를 준수하면서 안전운행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이 편안하고 안락하다고 좋아할까? 혹은 ‘이 차는 왜 이렇게 거북이처럼 가나’ 하면서 속으로 짜증을 낼까? 아마도 후자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 수준의 척도다. 선진국에서는 시내버스나 택시가 우리나라처럼 운행하면 거의 모든 승객이 고발해서 더는 그런 운행이 불가능할 것이다.

일부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거나 흡연, 차량용 면도기나 고데, 안전벨트 경고음 제거기 등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우리 사회가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DMB로 인한 대형사고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DMB 시청에 대한 규제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 위반을 하는 모든 사람이 다 단속 된다는 가정하에 법적인 규제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보다는 안전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운전 행태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가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회적인 공감대의 형성이 더 필요하다. 이 공감대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부와 모든 국민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매년 5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30만 명 이상의 부상자를 발생시키는 교통사고, 이 얼마나 국가적인 손실인가. 인구 감소 추세 때문에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복지다. 정부는 복지정책에 교통안전정책을 포함시켜 국가 정책 중에서 우선순위를 높이고, 국민은 이런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의식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시론#이수범#교통질서#교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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