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태윤]OECD총장의 예사롭지 않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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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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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속에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지적이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는 최근 상황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충고로 받아들여진다.

고령화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는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는 둔화된 경제성장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최악의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경제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경기침체 속에 정부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었는데, 여러 원인이 제기된 바 있지만 가장 근본적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지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음에도 미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 있는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그 주요한 논거 중 하나는 ‘미국경제가 젊다’는 측면이다. 미국은 출산율 자체가 높은 데다 여전히 젊은 인력을 중심으로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젊은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인구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건전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최근까지의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 활력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를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금융부실과 함께 인구구조 고령화 문제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추진한 산아제한의 영향으로 저출산·고령화 패턴이 굳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결국 일본에 이어 한국과 중국 모두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의 도전에 대비하는 확실한 대응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출산율을 높여도 그 효과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고, 이미 진행된 고령화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요청되며, 한국경제의 고령화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성장 동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적 질적 콘텐츠를 강조하도록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건물을 짓고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투자였다. 흔히 노동력과 물적 자본 축적에 기반하는 ‘요소투입형 경제성장’ 모형으로 지칭된다.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는 대개 시설투자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과잉투자와 재정위험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 기업 시설투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불패신화가 깨어지는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투자 감소에 대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물적 투자의 수익률이 감소한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 위험관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에 대비하면서 소프트웨어적 질적 콘텐츠를 강조하는 경제구조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여기에는 교육의 질적 전환과 우수인력 활용을 위한 제도 선진화 그리고 물적 투자에 대한 책임성 강화가 있다. 또한 이민자를 포함해 여성과 고령층 우수인력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고쳐 나가야 한다. 질적 개선을 저해하는 과도한 물적 투자는 대개 자신의 돈이 아닌 공적인 재원을 사용한다. 흔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세금으로 비효율적인 건축 및 시설투자를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투자를 막고 재원을 질적 개선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 역시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중요한 제도 개선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성태윤#OECD#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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