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5>禹가 疏九河하며 濟제탑而注諸海하시며 決汝漢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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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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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정치를 맡은 사람은 산업을 맡은 사람과는 직분이 다르다고 보았다. 그 증거로 맹자는 인류 문명이 시작할 때 聖君(성군)들이 정치하던 방식을 예로 들었다. 요 임금은 인류가 자연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舜(순)을 등용하여 정치를 펴게 했다. 그러자 순은 益(익)으로 하여금 불을 맡게 했는데, 익은 산택에 불을 질러 禽獸(금수)를 숨게 만들었다. 또한 순은 禹(우)로 하여금 治水(치수)를 맡게 했다. 우는 8년 동안 치수에 종사해서 세 번이나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맹자는 우의 예를 통해, 백성들을 위해 나라 일에 盡力(진력)하다 보면 밭을 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疏는 疏通(소통)이다. 九河에 대해 주자는 徒駭(도해) 太史(태사) 馬頰(마협) 覆釜(부부) 胡蘇(호소) 簡(간) 潔(결) 鉤盤(구반) (격,력)津(격진) 등의 이름을 열거했다. 단, 九는 많은 수를 표현하는 것이어서, 구하란 황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부근의 많은 支流(지류)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f(약)도 소통의 뜻이다. 濟g은 제수와 탑수이다. 注諸海는 그것을 바다로 쏟아지게 했다는 말이다. 汝, 漢, 淮, 泗에 대해 주자는, 한수만 장강으로 흘러들고 여수와 사수는 회수로 흘러들며 회수는 바다로 흘러든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옛날에는 물길이 달랐을 것이다. 江은 양쯔 강이다. 得而食은 충분히 먹고살 수가 있었다는 뜻이다. 八年於外는 8년 동안 집 밖에 있었다는 말이다. ‘雖欲耕이나 得乎아’는 ‘설령 아무리 밭을 갈고 싶어 했어도 그럴 수가 있었겠는가. 그럴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過門不入의 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본래는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하면서 私的(사적)인 일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후에는, 아는 사람의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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