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한국형 로맨스 영화의 위기, 극복 방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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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개봉 전 박빙이 예상됐던 한국영화 '완득이'와 '오직 그대만' 간 승패가 크게 갈렸다. 물론 개봉 당일이었던 10월20일만 해도 '완득이' 5만4700명, '오직 그대만' 5만1994명으로 사실상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개봉 2주차 10월30일이 되자 스코어가 더블로 났다. '완득이' 151만522명, '오직 그대만' 73만5159명이다. '완득이'의 경우 첫 주말보다 오히려 둘째 주말 관객이 느는 등 반응이 좋아 300만 명대 이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오직 그대만'은 '오직 100만만' 넘으면 다행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어쩌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버린 걸까. 마이데일리 11월1일자 기사 '소지섭의 '오직 그대만'이 부진한 이유는?'은 이를 "('오직 그대만'이) 여성관객의 마음을 잡는데 실패했다."는 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기사는 "첫 시사회 당시 남성 관객들은 '오직 그대만'에 대해 호평을 내놓은 반면, 여성 관객들은 '올드하다'는 평을 전했다. 철민의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이 남성 관객에게는 상황적인 감동을 줄 수 있었지만, 현실성이 부족했다는 평"이라며 "남성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더라도, 이가 멜로물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멜로물을 선택하는 이는 여성관객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이제 대한민국 여성관객들은 신데렐라형 주인공 보다는 현실을 이겨나가는 캔디형 주인공에 공감을 하고 있다. 현실에는 철민 같은 남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조차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했다.

물론 기사가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건 캔디와 신데렐라의 합성형 '캔디렐라'일 듯싶다. 캔디처럼 굳세게 살아가지만, 결국은 신데렐라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설정 말이다.

기사는 나아가 정통멜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2005년 이후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멜로물은 갈수록 관객이 줄면서 그 코드 또한 바뀌고 있다. 잘생긴 남자배우와 사랑스러운 여배우만을 출연시켜서 상투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도 '기본'은 하던 시대가 바뀌게 된 것"이라며 "더 이상 정통멜로물은 한국 극장가에서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오직 그대만'이 각 포털사이트 평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인데도 흥행이 안 되는 상황을 짚었다.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정통멜로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위험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비단 정통멜로뿐 아니라, 아예 로맨스 영화콘텐츠 자체가 안 팔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멜로와 함께 로맨스 영화의 또 다른 축인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영화전문 블로그 '앤잇굿'(www.adman.egloos.com) 블로거 '애드맨'의 9월20일자 포스트 '로맨틱 코미디는 쓰지 마라'는 "한국 영화에는 두 가지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와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라면서 "일단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는 TV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뻥 안 치고 한국 드라마의 거의 전부가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라면 TV에서도 1년 365일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극장에서까지 유료로 볼 이유가 없고 드라마 쪽에는 A급 로맨틱 코미디 작가들이 즐비하므로 더 잘 쓰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는 왜 안 될까? 한국이 아직은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뉴스위크에 따르면 한국은 '여자가 살기 좋은 나라 80위'라고 한다.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찾든 자아를 찾든 행복해지면서 끝나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여자가 살기 좋은 나라 80위' 나라에 살고 있다면 혼자만의 힘으로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다고 봐야한다.

게다가 한국은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의 자살률보다 높은데 이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은 여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살기 힘든 나라고 이런 나라일수록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짚었다.

결국 각 주장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논리가 탄생된다. 이제 100% 신데렐라의 시대는 갔다. 믿기지도 않고 자존심도 상한다. 그런데 부자가 아닌 남자를 주인공으로서 용납해주는 시대도 같이 가버렸다. 여성이 자립해서 살기에 팍팍한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 양쪽을 합쳐, 캔디처럼 사는데 결국은 부자 남자와 만나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의 노선, 즉 '캔디렐라'로 가야하고,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정은 TV드라마에서 계속 공짜로 제공되고 있으니, 돈을 내고 봐야하는 영화 장르로서 메리트 있는 설정이 못 된다. 그런데 그렇다고 별달리 뾰족한 차별성을 생각해보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영화 장르에서 정통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양쪽 다 흥행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로맨스 영화의 사망선고다.

●로맨스 소재 콘텐츠 흥행의 절대법칙

이제 이 같은 공식을 화두가 된 '오직 그대만'에 대입해 보자. 별 무리 없이 결론이 나온다. 일단 정통멜로건 로맨틱 코미디건 로맨스라는 컨셉트 자체를 TV드라마가 꽉 쥐고 있으니 애초 위험한 컨텐트였다.

그런 위험부담 탓에 스타성 높은 소지섭과 한효주를 데려다 놓긴 했지만, 이번에는 설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캔디렐라'에서 크게 벗어난, 구태의연한 신데렐라 설정을 가져다 놓았다. 거기다 남자 주인공도 부자가 아니었다. 이렇듯 이중고에 시달리다보니 아무리 잘 나가는 청춘스타들 데려다 놓아봤자 '첫 날'만 반짝했지 이후론 소용이 없었고, '오직 100만만' 가더라도 다행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주장들의 '종합판'으로서 대표적인 성공작은 무엇을 들 수 있을까. 올 초 큰 반향을 일으킨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쉽게 떠오른다. 위 주장들을 모두 모아 이어붙인 모양새,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성공공식' 드라마다.

일단 로맨스를 소재로 한 TV드라마다. 소재, 장르와 미디어가 서로 잘 맞는다. 그리고 '캔디렐라'가 등장한다. 여주인공 길라임(하지원 분)은 부모를 어릴 적 잃고 좁다란 월세방을 친구와 나눠 쓸 정도로 경제적으로 열악하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정도에서 벗어나 위험천만한 스턴트우먼으로서 가히 남성적으로 살아간다. 극단적 캔디다. 여기에 상대역 김주원(현빈 분)은 당연히 '부자 남자'고, 그것도 '아주 부자 남자'다.

그런데 여기서 '현실성'을 주기 위해, 김주원은 '오직 그대만'의 철민처럼 "일방적인 사랑과 희생"을 감당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상당부분 까도남으로 설정됐다. 말끝마다 행동 하나하나마다 길라임과 부딪힌다. 그러나 '캔디렐라' 공식 핵심인 '신분상승을 원하지만 그래도 여자로서 자존심은 상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 하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길라임을 먼저, 알아서 쫓아다닌다.

이렇듯 위 서로 다른 주장들은 절묘하게 하나로 이어져, '시크릿 가든'을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TV드라마로, '오직 그대만'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극예술 장르에 있어 로맨스 소재 콘텐츠의 절대법칙이라고까지 규정해볼 만하다.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TV드라마로는 볼 수 없는' 로맨스 영화 만들기

이렇듯 '절대법칙'까지 나와 버린 마당이라면, 이제부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만 이상 중박급 성공을 거둔 로맨스 영화들이다. 점검 시기는 위 마이데일리 기사가 언급한 '2005년 이후', 즉 2006년부터 현재까지로 상정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대략 '미녀는 괴로워' '달콤, 살벌한 연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음란서생' '사랑' '색즉시공 시즌 2' '미인도' '굿모닝 프레지던트' '내 사랑 내 곁에'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하녀' '쩨쩨한 로맨스' '위험한 상견례' 등 14편 정도가 이 라인 안에 들어간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로맨스 영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마케팅 과정에서 로맨스 요소를 크게 부각시켰기에 일단 포함시켰다.

이 영화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아주 상식적인 부분, 즉 'TV드라마로는 나오지 못할 법한' 영화들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 갈래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표현방식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소재 자체의 문제다.

일단 표현방식의 문제는 단순하다. 성적(性的)묘사에 있어 수위만 높이면 된다. '음란서생' '색즉시공 시즌 2' '미인도' '방자전' '하녀' 등이 여기 들어간다. 비주얼한 수위는 낮지만 '대사'로서 수위를 높인 '쩨쩨한 로맨스'도 여기 포함된다.

한편 같은 최강희 주연 '달콤, 살벌한 연인'은 노출이 문제가 아니라 호러와의 접목과정에서 나온 갖가지 잔혹묘사들이 문제가 된다. 어찌됐건 TV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화면, 대사들인 건 맞다. 극장용 영화로서 상품가치가 생긴다.

다음, 소재 자체에서 TV드라마와 차별화시킨 경우다. 거의 나머지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회적 소재를 차용해오면서 'TV드라마로는 나오지 못할 법한' 입지를 구축했다. 예컨대 '미녀는 괴로워' 같은 영화가 TV드라마로 소화될 수 있을까. 힘든 일이다. 성형수술의 효과를 찬양하고, 오히려 두둔하는 입장으로 보일 우려가 있어 방송경고가 나올 법하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위험한 상견례' 역시 논란요소가 많은 사회적 이슈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사형수 문제, 영호남 지역갈등 문제 등은 TV드라마 소재로서 너무 과하다. 한편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뭐든 간에 늘 논란이 되는 정치를 걸고 넘어졌다.

지난해 '대물'과 '프레지던트' 전까진 아예 TV정치드라마 자체가 역사극 아니면 통용이 안 됐다. 그리고 '사랑'은 기본적으로 폭력단 소재다. 비난을 많이 받아 더 이상 TV드라마로 소화되기 힘들다.

이제 남은 건 '내 사랑 내 곁에'와 '시라노; 연애조작단'뿐이다. 그런데 '내 사랑 내 곁에'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로맨스 영화라기보다 투병영화라고 볼 수 있다. 애초 마케팅 과정에서도 두 남녀의 화학작용보다는 주연을 맡은 배우 김명민의 살인적인 감량과 그를 통한 투병연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물론 그런 컨셉트도 TV드라마에서 못 다룰 건 없겠지만, 이조차도 엄밀히 말하자면 'TV드라마로는 나오지 못할 법한' 컨셉트가 맞다. 초점이 맞춰진 대량감량 투혼을 TV드라마에서 발휘하다간, 안 그래도 살인적인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건강악화까지 더해 주연배우가 쓰러질 수도 있다. 다분히 제작인력의 복지후생 차원에서 영화의 손이 들려진 경우다.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최근 개봉한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

●'시라노; 연애조작단' 성공에서 힌트를 얻어야

마지막 하나 남은 게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다. 그런데 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관심이 모아질 필요가 있다. 많은 의미에서 '영화로서의 로맨스 장르' 사활에 가장 큰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 컨텐트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가야 로맨스 영화는 앞으로도 TV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도 물론 로맨스 장르 TV드라마의 성공공식을 차용해온 부분이 있다. 여주인공 희중(이민정 분)과 결국 맺어지는 남자는 가난한 연극인 병훈(엄태웅 분)이 아니라 젊고 잘 생기고 스펙 좋은 펀드매니저(중간에 실직하지만,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상용(최다니엘 분)이다.

또한 '자존심 상하지 않게' 여성이 스펙 좋은 남성으로부터 열렬히 구애를 받는 입장이다. 굳이 '캔디렐라'라고까진 못해도 속성은 유사하다.

이렇게 여성관객들 동의를 얻어낼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TV드라마로는 웬만해선 만들어질 수 없는 소재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기본적으로 '극적인 연애' 자체를 부정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극적인 연애란 철저히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동시에 실제 연애의 건조하고 추잡한 속성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유머러스하게 다뤄져 충격이 덜했을 뿐, 극중 현곤(송새벽 분)과 선아(류현경 분)의 '극적인 연애'가 어떻게 끝나는지, 그리고 애초 병훈과 희중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끝났는지에 대한 묘사는 꽤나 현실적이고 담담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많은 의미에서, 사실상 홍상수 영화의 대중버전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소재는 TV드라마로 나오기 힘들다. 연애의 속성에 대해 보다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현 20~30대 여성층은 분명 영화의 주 소비층인 건 맞다. 그러나 TV드라마의 주 소비층은 이들이 아니라 40대 이상 중장년 여성층이다.

중장년 여성층이 붙어야 25% 이상대의 시청률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삶과 연애의 건조함과 일상성에 질릴 만큼 질린 연배다. 이들이 원하는 건, 아무리 현실성 없어 보이더라도 일단 매사에 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극단적 판타지성 연애담이다.

결국 이 세대 구미에 맞지 않는 TV드라마, 아니 아예 정반대로 가고 있는 드라마는 성립될 수가 없으니, 컨텐츠 방향성의 세대적 차이라는 측면에서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20~30대 여성층에 신선감과 차별성을 부여받아 극장흥행에 성공하게 됐다는 논리다.

●달라진 20~30대 여성층 시각에 초점 맞춰야 미래 보인다

어차피 로맨스 영화의 파이란 크지 않다. 500만 이상을 넘어간 건 여전히 '미녀는 괴로워' 한 편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특정 사회적 소재의 폭발력, 주제음악과의 연동 등에서 힘을 얻은 경우다.

200~400만 사이에서 꾸준한 파이를 유지시키며 안정적인 장르 입지를 구축하려면, 터질지 안 터질지 모르는 사회적 소재 차용이나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표현수위 차별성으로 승부하려해선 곤란하다. 그보다는 '로맨스'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시각을, '시라노; 연애조작단'처럼, 20~30대 여성층의 달라진 시각과 일치시켜 볼 필요가 있다.

언급했듯 로맨스 영화 주 소비층인 현 20~30대 여성층은 '로맨스' 그 자체에 다분히 냉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전처럼 선보고 바로 결혼해 드라마적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와 열망이 남아있는 세대가 아니다.

수많은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밟고 지나와, 알 것 다 알고 포기할 것 다 포기한 세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만의 왕자님 같은 건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로맨스가 성립되더라도 그 이후의 상황, 즉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문제에 있어선 이전보다 어마어마한 수준의 공포를 지니고 있다. 이런 심리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침 극장가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 걸려있는 상황이다. 로맨틱한 판타지의 골자는 살리면서도 달라진 신세대 성(性)풍속도와 그에 따른 심리변화를 담아낸 영화다. 한국에서도 예전엔 이런 식의 '다른 접근'들이 많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등이 퍼뜩 떠오른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들의 1000만 신화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로맨스 장르의 한계가 뚜렷이 확인,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그만큼 발전과 변화도 더뎌진 셈이다.

이 파이를 고스란히 되살려볼 필요가 있다. 크진 않지만, 안정적인 파이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영화산업 전체를 먹여 살리던 파이이기도 하다. 관심과 연구, 대범한 도전을 통해, 더 이상 '오직 그대만' 같은 아쉬운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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