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버지에게 그런 ‘과거’가…” 독일 전후 세대의 자아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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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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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박종대 옮김/396쪽·1만2000원·이레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원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신작 장편소설. 액자소설 형식으로 나치시대를 지낸 법관 아버지와 전후 독일에서 자란 아들의 대립을 풀어간다. 그의 여느 작품들처럼, 줄거리 가운데는 나치 독일의 현대사와 법의 정의 문제 등이 가로놓여 있다.

페터는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을 보내다 우연히 연습장 뒷면에 쓰인 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가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독일 병사 카를의 귀향기다. 동료들과 탈출했으나 홀로 살아남게 된 그는 고향의 집에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아내와 아이들은 낯선 남자와 함께 있다. 결말 부분은 연습장이 찢어져 찾아볼 수 없다. 페터는 이 소설의 배경이 어딘지 낯익다고 생각한다. 결말이 나지 않은 이 이야기의 저자는 사실 페터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남긴 회고록을 통해서만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던 페터는 마침내 이야기의 저자인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잃어버린 이야기의 결말을 찾는 과정 즉,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개명한 채 미국에서 존 드 바우어란 이름으로 살고 있다. 그곳에서 페터는 아버지에게 끔찍한 과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나치 부역자였고, 무책임하게 도망쳐 새 삶을 살고 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실망스러운 실체를 확인하게 된 페터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전체 구성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서사를 차용해서 구성됐다. 아버지의 행적을 추적하는 페터의 여정은 2차대전 이후 독일 현대사에 대한 반추이며, 기성세대의 역사적 허물을 청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독일 전후 세대의 자아 찾기 여정과도 맞물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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