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향기]타이타닉 “만들때부터 결점있었다”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1997년 개봉 영화 ‘타이타닉’에서 압권은 배가 침몰하는 장면이다. 빙산에 부딪친 배는 두 동강이 나고, 뒷부분은 수직 상태가 된 뒤 물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1912년 4월 14일 밤 실제 사고가 났을 때 타이타닉호는 수직이 아닌 상태로 침몰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최근 미국에서 출간됐다. 브래드 맷슨이라는 작가가 쓴 ‘타이타닉의 마지막 비밀들(Titanic's Last Secrets)’이다.

이 책은 타이타닉호 침몰의 비밀을 파헤쳐온 잠수부 존 채터튼과 리치 콜러의 작업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두 사람은 타이타닉호의 난파 현장을 탐사한 결과 타이타닉호의 고물이 해수면에서 11도가량 상승했을 때 배가 두 동강으로 부러졌고 곧이어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침몰하기 전 수직이었느냐 아니었느냐를 따지는 것은 타이타닉호가 왜 2시간 4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침몰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에 배가 난파하는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타이타닉호가 건조되고 있던 중에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인근 바다에선 ‘리퍼블릭’과 ‘플로리다’라는 두 유람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플로리다는 충돌한 뒤에도 스스로의 동력으로 뉴욕항까지 갔고, 리퍼블릭은 38시간 동안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 승객 750명은 모두 구조됐다.

타이타닉호가 유독 빠른 시간에 침몰한 이유를 놓고 사람들은 토론을 벌여왔다. 서둘러 배를 건조하다보니 부실한 채로 완성됐다, 선주가 부실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식의 의혹들이 제기돼왔다.

비슷한 주장을 담은 ‘타이타닉의 마지막 비밀들’에 타임, 뉴스위크 등 많은 언론이 주목한 것은 이 책이 실제 조사 결과와 구체적 증거, 증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잠수부 채터튼과 콜러는 타이타닉호뿐 아니라 브리타닉호의 침몰 현장도 조사했다. 이 배는 타이타닉호를 만든 ‘할랜드 앤드 울프’사가 타이타닉호의 침몰 이후에 건조한 배로 세계 1차대전 때 병원선으로 징발됐다가 그리스 인근 해안에서 침몰했다. 두 사람은 브리타닉호 탐사를 통해 할랜드 앤드 울프사가 타이타닉호에서 드러난 결함을 브리타닉호를 만들 때 시정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이 책이 주목받는 또 다른 대목은 할랜드 앤드 울프사의 기록물 관리인의 증언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 관리인은 설계도, 서류, 편지 등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을 제공하며 선주와 선박회사 측의 잘못을 고발했다.

맷슨은 이런 증언들을 종합해 책에서 “타이타닉호가 건조되기 15년 전에 만들어진, 더 작은 배를 위한 설계도를 타이타닉호에 적용하는 바람에 필요한 것보다 얇은 철강과 약한 리벳을 썼다”고 말했다. 또 선박 건조 현장에선 선체의 약점을 보고했는데 선주와 회사가 진수식 날짜를 맞추기 위해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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