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학진]‘北미사일 억지력’ 길을 찾아야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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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교통사고로 사망한 재미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를 소재로 한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는 일본이 한반도를 공격해 오자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박사의 죽음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둘러싼 음모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1970년대 말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한미 갈등은 분명히 있었다.

북한은 1970년대 초부터 중국의 미사일 개발에 참여하면서 미사일 기술을 획득해 1984년경 스커드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게 된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자극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미사일 개발을 지시한다. 1977년 개발한 사거리 180km의 ‘백곰’ 미사일은 미국과의 갈등을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1979년 방한 당시 미사일 개발을 놓고 박 대통령과 격렬한 입씨름을 벌였다.

1980년대 초 전두환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미사일 개발에 관한 항복 선언을 했다.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 100파운드(453kg) 이상의 미사일은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미국에 써 주었다.

북한이 1990년대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을 실전배치하자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사거리 300km, 탑재 중량 500kg까지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미사일에 관한 한 주권이 없는 셈이다.

현대전에서 지상군은 미사일로 파괴된 지역을 차지하는 의미밖에 없다. 현대전의 핵심인 미사일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면 ‘자주국방’은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전남 고흥에 우주발사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쏘려면 미사일(로켓) 기술이 있어야 한다. 평화적인 용도의 로켓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미사일 기술 개발 제한 협정’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발에 성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만 발이 묶이면 한반도 평화 유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학진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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