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A∼Z]<10>서론 쓰기(1)화려한 출발…

입력 2006-07-04 03:18수정 2009-10-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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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은 글의 얼굴입니다.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첫인상이 좋지 않을 경우, 한번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론에서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그 다음의 내용에 대해서도 독자는 시큰둥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서론에서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 정신을 빠짝 차리고 기대에 차서 다음을 읽게 됩니다.

그러나 대입 논술 답안의 경우, 서론이 중요한 이유가 인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논술 답안의 채점자들은 서론의 인상에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눈을 부라리고 접근합니다. 서론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를 알맞게 끼우지 못하듯이, 논리적인 요소가 주도적인 논술에서 서론을 잘못 쓰면 본론과 결론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글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서론입니다. 또한 독자인 채점자에게 주어진 논제를 제대로 파악해서 방향을 올바로 잡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서론입니다. 실제로 능숙한 채점자는 서론만 보면, 학생이 논제 파악을 제대로 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론이 중요하긴 하지만 승부처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승부처는 역시 본론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짧은 시간에 답안지를 읽고 평가해야 하는 채점자의 경우, 서론을 심혈을 기울여 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서론에서 학생이 논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한 다음, 바로 넘어가서 본론에서 제시되는 주장과 논거를 평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서론에 필요 이상의 분량과 시간을 투여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닙니다. 자칫 필요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서론의 논의가 장황해질 경우, 대입 논술처럼 비교적 짧은 글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작 필요한 본론의 논거 부분이 허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단락에서 괜히 멋 부리려고 고민하다 보면 시간도 하염없이 흘러가 정작 중요한 본론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과욕 부리지 말고 간단명료하고 담담하게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서론이 논술에서는 좋은 서론입니다.

물론 서론에서 멋을 부려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글을 쓸 때 맥락(context)이 중요하다고 하였죠? 서론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바로 내 글을 읽을지 말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면서 내 글을 읽게 하고 싶은 경우입니다. 관심 없는 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서론에 멋있고 자극적이고 기발한 얘기를 펼쳐 놓아서 호기심을 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입 논술은 독자인 채점위원이 어차피 읽을 글입니다. 그리고 이 독자는 이미 마음을 열고 학생이 무슨 내용을 쓸지 궁금해하는 준비된 독자입니다. 따라서 쓸데없는 노력을 할 필요 없이 할 일만 충실히 한 다음 바로 글의 몸통인 본론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서론에서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글을 읽을 때에는 글머리를 통해 그 글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어야 더 효과적으로 글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제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서론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문제 제기는 논의될 주제의 초점을 정확히 나타내면서 글의 논의 방향을 미리 알려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이 잘 드러나야 합니다. ① what?(무엇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가) ② why?(왜 그것을 쓰고자 하는가) ③ how?(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두괄식으로 글을 쓸 경우에는 첫 단락에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자신의 입장도 밝혀 주어야 합니다. 이때 가능하면 명료하게 자기 입장을 직접 보여 주는 것이 더 좋지만, 어색할 경우에는 암시적인 방식으로 제시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다음 시간에 보도록 합시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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