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줌인]정부 산하기관장 공모 진통

입력 2005-05-12 03:08수정 2009-10-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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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인가, 적임자 찾기 진통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정부 산하의 일부 기관장 선임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관장 공석(空席) 상태가 장기화 돼 업무에 차질을 빚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질질 끄는 공모=인천공항공사 사장은 3월 말 전임 조우현(曺宇鉉) 사장의 임기만료에 따라 3차례나 공모를 실시했으나 무산돼 10일 4차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1차에 유력했던 전직 고위관료는 검증단계에서, 2차 때는 추병직(秋秉直) 후보가 추천됐다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3차 때는 최종찬(崔鍾璨) 전 건교부 장관과 윤웅섭(尹雄燮)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3명이 복수 후보로 추천됐으나 거부됐다.

140조 원 규모의 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4개월째 공석이다.

올 1월 20일 장석준(張錫準) 전 이사장이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1, 2차 공모를 통해 3명씩 6명을 추천했지만 모두 ‘불가’ 판정을 받았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공모 결과 11명이 지원했으며, 정동윤(鄭東允) 전 사장의 4·30 재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지역난방공사 사장 공모에는 조영동(趙永東) 전 국정홍보처장, 홍기훈(洪起薰) 전 의원 등이 응모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고석구(高錫九) 전 사장이 최근에야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6일 가까스로 공모에 들어갔다.

▽인선난, 실세가 없기 때문?=인선이 난산을 겪는 1차적인 이유는 청와대가 올해 들어 몇 차례 인사실패 후 인사 검증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사검증 기준은 강화된 반면 경쟁자끼리 상호 약점 들추기 등은 여전해 인선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권 실세들 간의 파워게임이 인선난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러시아 유전사건으로 인해 발이 묶이는 바람에 ‘인사 교통정리’가 잘 안 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

▽업무 공백은 어떻게=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사령탑 부재가 계속되면서 최근 관리이사가 부사장을 임명하는 ‘웃지 못 할’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기획이사마저 지난해 말 그만둬 업무이사 혼자 ‘1인 3역’을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 공기업 사장 공모에 응했던 한 인사는 “공기업 사장이 되려면 청와대의 입맛에 맞고 특정부서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형식은 공모이지만 결국은 자리 나눠먹기 같더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 측은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해명했다.

공모 중인 정부 산하기관장 현황
인천국제공항공사3월 말 사장 임기 종료 후 3차례 공모 실시했으나 무산돼 4차 공모 실시
한국가스공사4월 초 오강현 전 사장 해임 결의에 따라 현재 11명 공모에 참여
한국수자원공사 지난해 10월 고석구 전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으나 사표 제출하지 않아 공모 늦춰지다 6일에야 공모 실시
국민연금관리공단 1월 장석준 전 이사장이 대한적십자사 이사장으로 이동한 뒤 2차례 공모 실시했으나 무산돼 4개월째 공석
지역난방공사정동윤 전 사장의 4·30 재선거 출마로 현재 공모 진행 중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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