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CEO]은행광고 실제모델부부 이두영-이찬경씨

입력 1999-10-18 19:02수정 2009-09-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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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무릎을 베고 누운 남편, 그의 귀를 파주는 아내의 평화로운 모습이 담긴 은행광고. 모델은 실제 부부다. 성형외과 이두영박사와 동갑내기 아내 이찬경씨(39).

이씨는 실제로 일요일마다 남편의 귓속 소제와 함께 손발톱을 깎아준다. 그러니 그렇게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밖에.

무릎을 베고 누운 남편과 이씨는 ‘주례회동’을 갖는다. 1주일치 식단에서부터 사야할 가전제품, 적금, 동창회비, 아이들 학원과외 등 소소한 가정사를 다 얘기한다. “남편은 냉장고 안에 어떤 재료가 떨어져 가는지도 알게 돼요.”

▼가정〓연봉제 직장

이처럼 다 털어놓는데는 이유가 있다. 가정의 최고경영자로서 이씨의 전략은 ‘주부 프리미엄’을 되레 미련없이 버리는 것. “주부의 몫은 남편이, 남편의 몫은 아내가 서로 분담하자는 거죠.”

시장은 반드시 남편과 함께 본다. 소탈하지만 공격적인 남편은 생전 맛보지도 않은 요리재료를 사들이는 실험정신을 발휘해 좋고, 꼼꼼한 이씨는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등 빈틈없어 좋고.

이씨는 가정을 일종의 연봉제 직장이라고 말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어차피 자기의 실적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또 평가되는 공간. 그래서 혼자 있더라도 ‘늘어진’ 모습을 보이는 건 직무유기라는 것. 결혼 15년째인 그는 아무리 바빠도 흐트러진 차림새는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깨어있는 ‘프로 주부’

이씨는 수시로 의자나 촛대의 위치를 바꿔보는 등 ‘바리바리’(그의 표현) 움직이며 스스로를 바쁘게 하고 있다. “주부는 화분 하나를 달랑 옮겨놓는 것이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귀가할 땐 ‘세상’이 바뀌어 있는 셈이거든요.”

그의 운동량을 알아보기 위해 14일 오후 3시반부터 이튿날 오후4시까지 만보계를 달아 측정한 결과 총 8457보를 기록. 1보를 60㎝로 볼 때 약 5㎞를 걸은 셈. 그는 남편의 병원이나 할인점 등 2㎞가 안되는 거리는 걸어다닌다.

신문, 특히 주부들이 잘 보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정치면은 오히려 외다시피 해 경쟁력으로 특화한다. 남편이 타자기를 두드릴 시절 이씨는 몰래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를 배워 남편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결혼 초기부터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수첩에 메모하는 것도 ‘깨어있는’ 주부로서의 일면. “갑작스레 정전이 돼도 집안에 있는 작은 물건들의 80%는 정확히 그 위치를 알아 맞힐 수 있는 주부가 프로주부”라는게 이씨의 말이다.

▼물 흐르듯

큰딸 서정(12)과 작은딸 건희(11)는 연년생. 부모의 사랑을 두고 서로 묘한 경쟁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씨는 이런 긴장관계를 굳이 풀어주려 하지 않는다.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고 놔두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또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작은딸이 “언니가 대학생인 척하고 PC통신에서 남자대학생들과 채팅을 한다”고 말하거나, 큰딸이 “동생이 애정만화에 너무 빠져있다”고 걱정하는 것 같은.

이때 이씨는 “안돼”하는 대신 상상을 초월하는 맞대응으로 아이들의 허를 찌른다. “서정아, 만약 그 PC통신의 남자대학생도 알고보니 중학생이면 어떻게 하지?”

주말이면 이씨는 두 딸과 함께 목욕탕 행. ‘여자 대 여자’의 감춤 없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누적된 불만도 날려버린다.

▼방문을 열다

안방문은 열어 두는 게 원칙. 가족은 하나라는 인식도 공유하고 ‘엄마 아빠는 너희 두 딸에게 항상 열려있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포옹이나 뽀뽀 등 부부간 애정표현은 아이들 앞에서도 자신있게. 아이들은 “징그럽다”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것같다. 정작 안방문을 닫을 시간이 오면 이렇게 외친다. “엄마 아빤 이제 문 닫아요∼.”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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