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송희라의 맛과멋]종로구 소격동 「큰기와집」

입력 1999-06-24 18:33업데이트 2009-09-24 00:3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5월1일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큰 기와집’. 삼청동길을 따라 북쪽으로 경복궁을 지나 아트선재센터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간판이 보인다. 400여년 된 한옥.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서자 흙벽의 시원함이 몸 속으로 퍼지는 듯하다.

이 곳의 여름 별미는 개성식 ‘임자수탕(荏子水湯)’. 6000원. 개성지방에서는 색이 흰 깨를 임자(荏子), 검은 깨를 흑임자(黑荏子)라고 불렀다. 임자수탕은 참깨와 잣을 넣고 갈아 만든 육수에 삶은 메밀국수를 만 것. 개성 양반들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겼다는 ‘귀족음식’이다.

임자수탕의 육수는 콩국수 국물과 냉면 육수를 섞어 놓은 듯한 이중적인 맛. 구수한 고기국물이 혀끝을 간지럽히고 나서 깨와 잣의 고소함으로 뒷맛을 마무리한다. 고명으로는 가늘게 찢은 삶은 닭고기와 채 썬 나주배에 얹어 나온다.

통깨를 솔솔 뿌려 ‘임자수탕’의 주 재료를 알려 줬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이와 함께 톡톡 씹히는 맛도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식을 즐기는 장년층 중 빵이나 국수를 식사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곡기(穀氣)가 있어야 제대로 끼니를 때운 기분이 나는 고객을 위해 국수 다음에 나오는 ‘시레기 된장국과 쌀밥 코스’가 준비돼 있다.

▽평가(만점은 ★★★)〓△맛 ★☆(개점 2개월, 앞으로 기대됨)△가격 ★★★(싸다)△친절 ★☆(보통 한식집만큼 친절)△분위기 ★☆(한적한 시골에서 식사하는 여유로움).

송희라(요리평론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