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책읽으며] SBS 정순영 PD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방귀에 불이 붙는 것까지는 실험으로 증명했는데, 이젠 또 뭘하지?』

SBS 교양과학프로그램 ‘호기심천국’의 정순영PD(40). 머릿속이 늘 잡다한 질문들로 뒤죽박죽이다. ‘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주차를 잘 못하지?’‘왜 앉아있는 사람의 정수리를 누르면 못 일어날까?’

‘호기심천국’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과학원리를 규명하는 프로그램. 시청자는 신기하고 즐겁지만 사령탑인 정PD를 비롯해 제작진은 매회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피가 마른다. 생각이 꽉 막힐 때면 그는 손때묻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프런티어스’를 뒤적거린다.

“‘산성비’‘지구온난화’‘번개의 원리’등 아주 친밀한 주제들로 딱딱한 과학이론을 설명해냈어요. 대중을 위한 과학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원점부터 다시 생각하게 해주죠.”

‘프런티어스’를 처음 읽은 것은 96년. 그로부터 반년 후 과학프로그램 제작을 제안받았을 때 문외한인 그가 선뜻 나설 수 있었던 것도 ‘프런티어스’가 준 감동 때문이었다.

정PD는 번역서의 경우 영어 원서도 같이 읽으려 애쓴다. 어학공부와 독서를 병행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애독하는 작가는 마이클 크라이튼. 매번 영화화된 것보다는 원작인 책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의 책 행간에서는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동양적 세계관을 읽게 됩니다. 한국에도 과학대중화가 이뤄지려면 전문성과 재미를 겸비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돼야 해요.”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약력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보스턴대 연수 △KBS예능국 △SBS 예능국 ‘코미디펀치펀치’‘슈퍼TV 세계가 보인다’등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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