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젊은이들이여, ‘생존’이 아닌 ‘진짜 삶’을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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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석학 자크 아탈리의 ‘자기 자신이 되라’

자크 아탈리(왼쪽 사진)와 그의 저서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 파야르 출판사 제공
자크 아탈리(왼쪽 사진)와 그의 저서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 파야르 출판사 제공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트렌디한 종교는 불교다. 유럽에서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양하다. 그들은 불교를, 신(神)을 믿는 다른 종교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불교를 철학이나 명상법으로 받아들인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는 젊은이들에게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무한한 힘을 찾아내는 방법을 조언하는 자기계발서다. 지난해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 책은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불교의 가르침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탈리는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위해서도 정책제안서 ‘아탈리 보고서’를 제출했고,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비공식 정책자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BERD) 총재, 빈민구제 금융기구인 플라넷파이낸스 회장뿐만 아니라 소설가, 시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는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경제난과 실업(失業)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인생코치를 하는 세계적인 ‘구루’(정신적 스승)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보라”는 명언을 남겼다면,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강조한다.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존증’을 가장 큰 악행으로 지적한다. 그 대신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에 쥘 것을 요구한다. 아탈리는 지난 수년간 정부 규제의 폐지를 주장해왔고, 스스로만을 의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자칫 이러한 생각은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치부하거나, ‘정글의 법칙’을 옹호하는 극단적 자유주의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국가의 종말’은 오히려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지표가 성장과 고용을 결정하는 것을 본다. 그들은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최소한의 세금으로 최고의 안전보장(국방, 경찰, 건강, 고용)을 요구한다. 그들은 이기주의적인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체념하고, 자신의 노예상태의 속박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생존(Survie)’이 아닌 ‘진짜 삶(Sur-vie)’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우선 “플러그를 뽑아라”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의존하고 있는 외부환경과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독 속 침묵이 필수다. 그는 5가지 단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최고 목표인 개화(開花)와 성숙, 자아(自我)와의 만남은 심리적인 명상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크 아탈리는 정치가, 예술가, 사업가가 현실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간디부터 피카소, 아베 피에르 주교, 스티브 잡스, 에드워드 스노든까지…. 그는 이 중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자기를 둘러싼 시스템을 찢어냈고, 역사를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이 됐다.”

아탈리는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6년 전 처음 인도를 여행한 후 불교의 스승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의 게으른 엘리트들은 불교를 다만 평화와 용서의 종교라고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삶의 규칙을 찾기 위해 불교를 탐구한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자기 자신이 되라#자크 아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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