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20선]<9>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걸을수록 뇌가 젊어진다/오시마 기요시 지음/전나무숲

《“의식해서 걷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매일 어떻게 하면 걷기 운동의 횟수를 늘릴 수 있을까, 의식하면서 걷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걸을 때 막연하게 다리를 운반하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총동원해서 걷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의식한다면, 당신은 평생 젊고 생기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다.”》

즐겁게 걸어라, 젊어지리니

걷기는 건강에 좋다. 단순히 몸의 건강이 아니라, 뇌의 건강에까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이자 뇌과학자인 저자의 취미는 ‘즐겁게 걷기’와 ‘맛있게 먹기’다. 저자는 “덕분에 여든이 넘었어도 여전히 건강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고 있지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정보가 다리 근육에서 신경을 통해 대뇌신피질의 운동을 관장하는 감각령에 도달한다. 뇌로 향하는 정보 전달은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뇌는 수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몸의 균형, 노면의 경사와 안전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두고 두 다리와 뇌 사이에서는 복잡한 신호 교환이 이뤄지게 된다.

걷고 나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 역시 걷기가 뇌에 좋은 자극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본능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와 지성을 관장하는 대뇌신피질로 이뤄져 있다. 스트레스는 본능적으로 화가 나거나 슬플 때 이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대뇌변연계의 활동을 대뇌신피질이 억지로 통제할 때 생긴다. 사람이 걸을 때는 몸을 움직여서 걷고 싶다는 대뇌변연계의 욕구와, 거기에서 지적인 쾌감을 얻는 대뇌신피질의 이성이 조화를 이루며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저자는 “대자연 속을 걷더라도 뇌가 즐겁지 않으면 걷기의 가치는 반감된다”고 말한다. 뇌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프리미엄 걷기’가 바로 저자가 창안한 ‘창조 워킹’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간단하고 소박하다.

그중 하나로, ‘자연을 관찰 기록하면서 걷기’가 있다. 사람들은 걸으면서 여러 가지 풍경과 소리를 보고 듣는다. 이때 짧은 문장으로나마 일지를 기록해두면 쓰는 행위가 뇌에 자극을 줘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훈련이 되기도 한다. ‘사진 찍으면서 걷기’나 ‘꽃 이름 외우면서 걷기’도 기억력 훈련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즐겁게 걷도록 돕는다.

‘여름날 초저녁 걷기’도 뇌가 젊어지도록 돕는 ‘창조 워킹’이다. 초저녁 산책은 뇌를 쉬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고 내일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뇌의 정리운동을 하는 셈이다. 특히 여름은 밤이 길어서 여유가 있고,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은 수면제 역할을 해 열대야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휴식을 위한 걷기인 만큼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독특한 보법으로 걸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래 걸을 때는 왼손에는 오른발, 오른손에는 왼발이 나가는 식으로 반대편 손과 발이 동시에 나간다. 저자는 이와 반대로 같은 쪽 손발이 한꺼번에 나가도록 걷는 방식을 제안한다. 같은 방향의 손과 발이 동시에 나오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고, 무릎을 구부려 발끝부터 착지하기 때문에 느릿느릿 큰 걸음을 디디게 된다.

저자는 “즐겁게 걷는 것이 으뜸이기 때문에 신이 나지 않으면 발걸음을 돌린다”고 말한다. 걷기에 익숙해진 경우에도 걷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뇌에서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아등바등하지 않기, 무리하지 않기가 꾸준히 걷는 비결”이라며 “즐겁게, 유쾌하게 걸어라”고 조언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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