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당신이 알고 있는 우주는 4%뿐… 그 너머를 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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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퍼센트 우주/리처드 파넥 지음·김혜원 옮김/382쪽·1만9000원/시공사

SF영화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을 보면 아내를 잃은 복수심에 불탄 로뮬란족 우주선의 함장 네로가 인공으로 만든 ‘블랙홀’ 폭탄으로 다른 행성을 파괴하는 내용이 나온다. 우주의 96%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대해 다뤘다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그런 블랙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그런 기대를 배반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암흑물질·에너지는 블랙홀이나 깊숙한 우주와는 별 관계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의 목적은 우주를 빠르게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우주의 73%)와 인간 행성 은하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우주의 4%)의 경계 밖에 있는 암흑물질(우주의 23%)의 실체를 설명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며 대중 잡지에 과학에 관한 글을 꾸준히 기고해 왔다. 그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인 이 신비의 암흑물질·에너지를 과학자들이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생생히 그린다. 저자는 로버트 디키, 애덤 리스, 베라 루빈 등 암흑물질·에너지 발견의 숨은 공로자들이 내세운 우주론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이들의 가설과 이론이 계속 부정되고 입증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암흑물질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붕괴를 막는 미지의 존재를 ‘람다(Λ)’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10여년 후 이 물질이 천체학자 허블의 우주 관측을 통해 발견된 우주 팽창을 가능케 하는 힘으로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여정을 따라가면서 과학자들의 선의의 경쟁과 좌절, 탄식 같은 인간적 면모와 만나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천문학, 물리학의 개념에 낯선 일반 독자들은 자칫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책이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책의 모든 개념과 내용을 낱낱이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우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작은 ‘한 점’에 불과한지 깨닫는 과정이라 하지 않던가.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4퍼센트 우주#블랙홀#암흑에너지#암흑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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