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리닉]김원규/사무실밖 공원서 업무처리 어떨까

  • 입력 1998년 9월 13일 19시 07분


“참 잘 됐네요, 사장님. 선릉공원에서 1시반에 뵈면 어떨까요? 정문으로 들어와 매점을 지나 쭉 오시면 벤치가 있을 겁니다.” “선릉공원? 하여간 그렇게 합시다.”

얼떨결에 전화로 약속을 한 윤사장. ‘카탈로그 샘플을 보여달랬더니 공원에서 데이트를 신청해? 더구나 미혼여사원이….’대낮 근무시간에 도시 한복판의 숲속으로 ‘처녀’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야릇한 느낌이었다.

“여기예요, 사장님!”벤치에 기대 손을 흔드는 그녀를 보노라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캔커피 드세요. 카탈로그를 이렇게 구성해 봤어요.”그녀는 한장씩 넘겨가며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저희에게 맡겨주시면 전 사원이 달라붙어 일주일내에 멋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미스홍을 믿고 맡기겠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바이어들이 홀딱 반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미스홍, 공원벤치에서 업무를 보니까 좋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사장님께서 선릉 부근에서 점심약속이 있다고 하셨으니까 시간을 절약해드릴 수 있고 이런 일은 구태여 사무실에서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덕수궁이나 남산, 예술의전당 뒷산 같은 곳에서 간단한 서류를 들고 만나면 얘기도 잘 풀리고 아이디어도 떠오르지요.” “참 좋은 생각입니다. 사실 미스홍 전화를 받고 좀 오해했었어요.” “그러실 줄 알았어요.” “하하하….”

(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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