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 TALK’]<39>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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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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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교수 제공
김병희 교수 제공
바야흐로 성형 미인의 시대. 가슴 성형, 양악수술, 턱 성형, 코 성형, 눈 성형, 쌍꺼풀 수술, 안면윤곽 성형 따위의 온갖 성형수술 열풍이 온 나라에 불고 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로 성형수술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 버스나 지하철의 광고판은 물론이고 인터넷 광고창에도 성형수술 광고가 넘실거려 홍수가 날 지경이다.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도 성형을 부추기는 광고가 있었다.

동경의료기계제작소의 광고(동아일보 1924년 2월 15일)를 보자. “비(鼻·코)가 고(高·높게)케 되”라는 헤드라인 아래 강비기(降鼻器·코 성형기)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비(鼻·코)는 인생의 화(花·꽃)로서 중요한 부분인 바 행과 불행의 분기점은 실로 비(鼻)의 모양 여하(如何)에 재(在·있음)함 청년남녀 중 (중략) 기타 비(鼻)의 모양이 불호(不好·좋지 않은)한 인(人), 본법(本法)은 구식의 주사나 강비술(降鼻術·코 성형술)이 아니요 자택에서 인(人) 부지(不知·모르는)할 사이 강비(降鼻)되는 신안특허의 기(器)를 희망자에 무료로 대여함.” 무료로 써보고 필요하면 사라는 보디카피가 유혹적이다.

코가 인생의 꽃이며 행복과 불행의 분기점이 코의 모양에 달려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코가 달라질 수 있다니, 요즘 광고 카피와 너무 흡사하다. 성형외과들은 외모가 뛰어나지 않으면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성공 사례의 전후 사진을 제시하며 사람들의 기대감을 부추긴다. 성형수술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필요한 사람은 해야 한다. 더욱이 결과가 좋아 당사자가 만족한다면 그 기쁨을 무엇에 비하랴.

하지만 한 군데 성형에서 만족하지 못해 다른 곳을 또 고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성형 중독은 문제다. ‘페이스 오프’ 수준으로 얼굴을 바꾸려 하는 건 망상이다. 오죽했으면 미스코리아를 자연미인과 성형미인 부문으로 나눠 선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또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는 성형외과들도 문제다. 좋은 정보만 알리고 나쁜 내용은 고의적으로 빼는 것도 정보의 왜곡이니까.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기술에는 감사해도, 부작용을 누락시키는 사기술에는 감시의 눈을 번뜩여야 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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