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버리고 가자]모모세 다다시/'나만 생각' 이기주의

  • 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우선 내가 목격한 무질서한 사례 몇가지를 소개하는 걸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한국인들의 무질서를 절감할 때가 많았다.

내가 사는 서울시내 아파트에서도 ‘반상회’라는 모임이 한달에 한번씩 열린다. 나는 반상회에 참석한 일이 없지만, 아마도 반상회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파트라는 집단생활 주거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방안들을 논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반상회를 끝내는 순간 논의됐던 좋은 아이디어들은 사라지는 것 같다. 말만 늘어놓을 뿐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것 같다.

화재 등 비상시 주민들은 아파트 계단을 통해 대피해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 계단은 자전거 유모차 등 집안에 놓아둬야 할 물건들로 가득 차 있어 대피통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비상시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주민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쓰레기 수거날이 다가오면 계단 주위에 쓰레기가 쌓인다. 주민들은 계단도 공유면적에 포함돼 있는 만큼 물건을 놓아두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분명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된다. 하지만 모두들 ‘나 하나쯤은’ 하는 생각인 것 같다.

◆어딜 가나 '내멋대로'

아파트 주차장도 무질서의 현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주차장 주변의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배기가스가 수목들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차해야 하지만 잘 지키지 않는다. 나중에 차를 빼기 쉽게 하는 데 신경을 더 쓰는 것 같다.

겨울철에는 사정이 더 딱해진다. 엔진을 데우기 위해 주차한 상태에서 공회전을 한참 할 때가 많다. 이 때 자동차 배기가수 배출구 앞에 노출돼 있는 나무들을, 또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공회전 소리와 배기가스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모두 철저히 ‘자기중심’으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데서 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다.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조그마한 휴식공간이 있다. 주민들은 새벽마다 이곳에서 체조를 하고 있으며 낮에는 어린이들이 뛰어논다. 콘크리트 정글 속에 이같은 녹지가 있다는 사실을 머리에 떠올리기만 해도 수많은 주민들이 온화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곳에 누군가 내버린 비닐 봉투나 음료수 깡통들이 널려 있을 때가 많다. 미관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다칠 위험도 크다.

아침 출근시간이 되면 ‘나 홀로’ 차량들이 직장을 향해 속속 아파트를 빠져나간다. 서울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자가용 출근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는데도 ‘나 홀로’ 차량은 줄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 배려해야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면 출근시간도 줄이고 주차비용도 아낄 수 있는데 자가용 출근을 고집하는 사람들 때문에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남보다 빨리 가려는 끼어들기 등 곡예운전 때문에 사고도 많다. 조금만 양보하면 교통체증과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는 확실히 문명의 이기다. 그러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성장으로 물질문명을 향유하고 있는 한국인은 이같은 사례들에 무감각한 것 같다. 이 무감각이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국인 각자가 ‘질서있는 행동’을 생각할 때다.

한국인은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국민이다. 자신을 갖고 하나 하나 실천하면 한국사회도 질서 있는 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모모세 다다시(전한국도멘 회장·‘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는 18가지 이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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