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종]호주를 여행주의경보국가로 지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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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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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전 유엔대사
김현종 전 유엔대사
9월 호주의 멜버른에서 한국인 장모 씨가 백인 청소년 10여 명에게 구타당하고 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호주 경찰은 1명만을 구속하는 등 전면 축소수사를 했다. 10월에는 시드니에서 김모 씨가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11월에는 조모 씨가 브리즈번에서 백인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호주 당국은 ‘단순폭행 사건’이라며 사건의 성격을 왜곡하려 들고 있다.

호주 경찰은 “왜 밤늦게 돌아다녔느냐”며 조 씨에게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아시아인은 멍청하다”며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말까지 했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가 인다. 경찰은 조 씨의 집까지 찾아와 인종범죄가 아니라고 강변했다지만 호주 교민들은 “최근 드러난 사건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호주 경찰은 사건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하고 언론도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는 인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집단폭행이 연달아 발생했고, 올 4월에는 중국 유학생 2명이 ‘아시아의 개’라는 욕설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호주 정부는 1995년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행위를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증오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인종범죄를 엄하게 처리해야 할 경찰이 도리어 인종차별 발언을 자행하며 인종범죄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으니 피해 외국인들은 어디서 하소연을 해야 할지 억울할 뿐이다.

호주는 원주민 애버리지니를 학살하고 건국한 백인의 나라이다. 18세기 영국에서 건너온 백인들이 2만∼3만 년 전부터 살아온 원주민을 철저히 말살한 결과 75만 명까지 추산되던 애버리지니 수가 1911년 3만여 명까지 줄었다. 호주 정부는 1970년대까지 애버리지니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빼앗아 고아원에 방치하기도 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20만 명에 달한다. 매년 비슷한 수의 관광객이 호주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 간 무역액은 수출 82억 달러, 수입 263억 달러로 우리가 181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 호주 여행과 유학 경비로도 매년 30억∼40억 달러가 지출되고 있다. 외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교민 보호이다. 우리는 법에 의거한 엄격한 조치를 호주에 요구해야 한다. 호주가 응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우선 호주를 여행주의경보국가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유학 대상지 변경을 적극 권유하는 한편,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도 호주가 시정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한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하고 대사도 소환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 등 호주에서 인종범죄를 당한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하여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호주의 태도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호주에 여러 차례 항의했음에도, 호주가 시종일관 뻣뻣한 자세로 나오는 것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철광과 석탄 등 지하자원을 갖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호주산 철광과 석탄 등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는 우리 정부가 외교적 항의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의 대안으로 북한이 있다. 북한은 무산에 매장량 17억 t의 아시아 최대 노천 무산 철광산을 갖고 있다. 석탄자원도 풍부하다. 남북 경제는 상호보완적이다. 남북 경제협력은 남과 북 모두에 도움이 된다. 북한이 진정 민족주의적이라면, 핵과 미사일 시험 등 대결적 자세를 버리고 한국과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호주는 두 나라 간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인종증오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고 한국민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김현종 전 유엔대사
#호주#한인 구타#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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