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변재관/´고령대책´내일이면 늦다

  • 입력 2002년 3월 7일 17시 45분


2000년 벽두만 하더라도 ‘새로운 세기의 출발’이니 ‘뉴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이니 하면서 우리 사회는 온갖 장밋빛 미래와 환상으로 들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가 가져다 준 무거운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기실 역사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처럼 내려와서는 “자 지금까지는 없었다 치고,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가족구조 혹은 인구사회학적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즉 낮은 출산율로 인한 적은 자녀 규범화, 결혼을 늦게 하거나 독신으로 평생을 보내는 만혼화, 그리고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다.

이것이 1990년대 서구 복지국가의 위기로, 혹은 서구에서 국가정책의 대폭적인 궤도수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아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세 가지로 대표되는 가족구조의 변화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구조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문제,국가정책 변수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목표로 했던 것은 서구형 복지국가, 즉 공적 부조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소득보장 및 의료보장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보장체계였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상징되는 가족 구조의 변화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 이후 국책 민간연구원의 다양한 보고서에서 ‘고령화’ 문제가 국가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제기해 왔다. 언론도 이 문제에 매우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접근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저출산율을 포함한 고령화 사회에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인구의 약 7.5%인 350만명의 일부 특수계층(노인)만의 문제로 본다든가, 혹은 노인복지나 가족복지의 문제로만 파악해온 지금까지의 문제 인식에 대한 반성이 불가피하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 판단된다.

서구의 경우 198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된 출산율의 저하 및 급격한 고령화 현상은 전 국민 연금보험제도와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비롯한 사회보험제도의 구조적 재정적자를 낳았고, 급기야 사회보장정책과 국가정책 전반의 재정위기로 이어져 결국 ‘국가의제(National Agenda)’의 전면적인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즉 연금제도의 재정비 및 노인의료비 억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노력,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혹은 지역 단위에서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중심의 서비스 제공 등으로 제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연금제도의 다양한 재검토 및 노인의료비 감소를 위한 각 국의 다양한 실험은 우리에게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및 이에 따른 국가총생산력(National Capacity)의 약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즉 비경제 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이 가능한 건강한 노인 계층이나 재가 장애인 계층에 적합한 취업 혹은 창업의 기회를 적극 제공해 실제 경제활동에 종사하게 하는 방안들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금 의료 등 재정비해야▼

우리나라도 이제 사회정책 부서 및 연구자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부서 및 관련 연구자들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노인문제를 포함해 고령화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고령화사회의 초입에 들어온 단계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세계에 유례가 없는 속도로 빨리 진행돼온 저출산율과 고령화사회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나름의 전략을 위한 구체적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짜야 할 때이고, 이를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진 각 국의 다양한 선행 사례를 검토해가면서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는 가족관계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 등의 장점을 살려, 특히 부담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변재관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노인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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