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편견 넘은 ‘희망의 일터’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제주 육가공업체 ‘평화의 마을’ 장애인 30명 고용

“어설픈 동정보다 일자리 지원 필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평화의 마을’은 장애인이 육가공품과 빵을 만드는 사업장이다.

흑돼지와 야채가 들어간 소시지를 포장하느라 장애인 근로자들이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실수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비장애인 3명이 근무하지만 장애인을 많이 도울 필요는 없었다. 일이 어느 정도 손에 익었기 때문.

근로자 가운데 막내인 이상민(23) 씨는 18일 “처음에 일을 배우는데 힘들어 포기할 뻔했다.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지적장애(정신지체) 1∼3급 장애인 30명이 일한다. 장애인 학교를 졸업한 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무료하게 지내거나 방황하다가 번듯한 직장을 구했다.

4년 동안 근무한 이종헌(27) 씨는 “막노동을 하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결혼도 하고 평생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 가운데 8명은 경비를 모아 여행사 도움 없이 계획을 짜서 2005년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작업시간은 월 수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토요일에는 금전관리, 가사실습, 식당이용 등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8월 정부로부터 ‘위해요소 중점관리 우수 축산물’ 인증을 받았다. 제주지역 2차 육가공품 분야에서는 유일하다.

노동력과 원재료에 비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한다. 방부제를 넣지 않은 제품이라 유통기간이 15∼30일에 불과한 것도 부담이다.

독일어로 평화의 마을을 뜻하는 ‘프리덴 하임’이라는 상표로 판매된다. 소시지 9개 품목을 비롯해 갈비 등심 안심 등의 햄, 양념고기를 생산한다.

2001년 설립 당시 7명이 근무했다. 연간 매출이 2006년 1억 원, 2007년 2억8000만 원에서 올해 5억 원을 예상한다.

설립자이자 원장인 남시영(49) 씨는 “어설픈 동정이 아니라 장애인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관광객과 주민 등을 상대로 전문 판매장과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촬영 : 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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