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中대륙 울린 ‘한국 인술’

  • 입력 2008년 1월 18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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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상 무료수술 중국인

“한국사랑 잊지 못할 것”

여섯 살 때 천재지변으로 중화상을 입은 뒤 33년 동안 ‘괴물’처럼 살아왔다.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던 순간 동화처럼 다가온 한국인 의료봉사대를 만나면서 새 삶이 시작됐다.

중국인 위훙(迂紅·39·여) 씨는 부산 서면메디칼정근안과(원장 정근·그린닥터스 상임공동대표)에서 각막 수술을 기다리며 6개월째 병원생활을 하는 중이다.

매사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 간호를 하는 남편 천옌위안(陳彦元·44) 씨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부부간 애정도 각별하다.

1975년 선양(瀋陽) 지진 당시 입은 중화상으로 얼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인 위 씨는 지난해 8월 부산의 국제재난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 서울백병원과 부산센텀병원에서 얼굴 성형재건술, 손가락 미세수술, 눈 수술을 받았다.

그린닥터스 대원들은 지난해 7월 선양 시 병원에서 위 씨를 만났다. 옛 고구려 영토였던 지역을 따라가며 의료봉사를 할 때였다.

위 씨의 손가락은 불에 타 뭉툭했고 눈꺼풀이 녹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귓바퀴와 귓불은 녹아내린 채 귓구멍만 보였다. 입은 위아래 입술이 달라붙어 벌어지지 않았고 코도 형태가 거의 남지 않았다.

대원들은 위 씨에게 제2의 삶을 열어 주자고 뜻을 모은 뒤 한국으로 초청했다. 서울백병원에서 닫힌 입과 눈을 열었고 부산센텀병원에서는 손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을 했다.

위 씨는 잃었던 시력을 다시 찾기 위해 각막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으나 눈의 상태가 좋지 않아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남편과 함께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아 난생 처음 바다를 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던 위 씨는 “한국인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손가락이 회복돼 열다섯 살 아들과 함께 컴퓨터를 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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