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메가뱅크, 우리 경제에 시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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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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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삼성전자’ 키워야 vs 초대형 官治은행 생길뿐

《 요즘 ‘메가뱅크’란 단어를 신문 기사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메가뱅크가 금융권에서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 경제에 과연 메가뱅크가 필요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

네, 요즘 초대형 은행을 의미하는 ‘메가뱅크’의 탄생 여부가 다시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지요. 이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에 다시 나선 것이 출발점이 됐습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우리금융에 대한 재매각 절차 착수를 공식 의결하고 지주회사 전체 일괄매각과 지분 30%를 최소 입찰규모로 하는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다음 달 29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이르면 9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어느 금융지주회사든 자산규모 346조 원의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한다면 경쟁 금융지주들을 제치고 규모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메가뱅크’가 됩니다.

현재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인수후보는 산은금융지주입니다. 그동안 인수 의사를 암암리에 드러내던 산은금융은 강만수 회장이 17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의 당위성을 밝히고 나서는 등 내부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외환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이 (위기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진 대형 은행(CIB)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은금융이 이처럼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예고한 반면 여타 금융지주들은 우리금융 인수에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에 집중하고 있어 우리금융 인수에 눈 돌릴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특히 산은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메가뱅크 출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투자은행(IB)이 필요하다는 현실론과 굳이 산은·우리금융 합병으로 사실상 100% 정부 소유의 메가뱅크를 만들어 또 다른 관치 논란에 휩싸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엇갈립니다.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편에서는 금융산업에도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대표은행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2009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당시 UAE 정부는 공사 이행을 위한 은행 보증서를 요구했습니다. ‘신용등급 AA 이상이며, 자산 규모 세계 50대 은행일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 조건을 충족하는 은행이 국내엔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엄청난 수수료를 주고 영국 스탠더드차터드(SC)은행의 보증서를 받아왔지요. 메가뱅크 찬성론자들은 이 사례를 들며 원전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대형 은행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은행 대형화에 제동을 거는 추세인데 뒤늦게 은행 덩치만 키워 봤자 큰 실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덩치가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논리이지요.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KB, 우리, 신한, 하나은행이 과거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면서 “하지만 왜 (이들 금융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습니다.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인위적인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가 아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체 성장한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메가뱅크론을 떠나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합니다. 두 금융사를 합쳐봐야 정부 소유 은행으로 또 다른 관치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할 때의 최소지분을 현행 95%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법률 개정을 통해 우리금융의 인수를 추진하면 특혜 시비가 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판’은 다시 구성됐지만 쉽사리 향방을 점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과연 우리금융이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국내에 메가뱅크가 등장할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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