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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언론법안’]언론訴 남발로 비판보도 위축우려

입력 2004-10-29 18:36업데이트 2009-10-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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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신문의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여당이 국회에 제출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 제정안’(언론피해구제법안)을 검토한 강경근(姜京根·헌법학) 숭실대 교수는 이렇게 단언했다. 여당의 ‘신문법안’이 신문사의 경영과 제작 전반에 대한 규제법안이라면 언론피해구제법안은 개별 기자와 기사에 대한 규제법안. 기존 정기간행물법 방송법 민법 등에 흩어져 있는 언론피해구제제도를 하나로 묶은 이 법안도 도처에 언론사의 자율성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조항이 있다.

●정부통제 받는 언론피해상담소

이 법안에 새로 도입된 ‘언론피해상담소’의 주된 업무는 언론피해 상담과 예방교육 및 법률구조다. 언론피해구제를 위해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 언론자유 측면에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소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하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째, 설치와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부에서 보조할 수 있다. 둘째, 문화관광부 장관은 상담소 시설에 관한 보고를 받을 수 있고 관계공무원에게 그 운영 상황에 관한 조사 및 장부 검사를 지시할 수도 있다. 셋째, 문화관광부 장관령으로 정한 등록기준에 미달된다고 판단되면 상담소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업무를 정지할 권한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소가 정부의 ‘입맛’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송 남발에 따른 언론 위축 우려

이 제도는 결국 민간기구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언론사 상대 소송을 지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서민들을 위해 일반적인 법률상담 및 소송대리 등을 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있다. 특정 분야와 관련한 소송을 지원하는 민간기구를 제도화하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법안이 유일하다. 최근 정부의 언론사 상대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정치적 저의마저 의심스럽다.

유일상(柳一相·언론정보학) 건국대 교수는 “이 같은 상담소는 정부기구의 확대나 다름없다”며 “언론피해구제 업무까지 정부가 장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상담소의 남설 및 언론사 상대 소송의 남발로 인한 언론활동의 위축과 2차적인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제3자 시정권고 신청까지 허용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법안이 신문을 포함한 모든 언론보도에 대해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까지 보도내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이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집단이 특정 신문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0명 이상 110명 이내의 중재위원 가운데 5분의 1 이상을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들 중에서 위촉하도록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판사 변호사 언론인 출신 몫도 각 5분의 1 이상이므로, 이들을 제외하면 최대 5분의 2에 가까운 수의 중재위원을 시민단체 인사로 채울 수 있다. 그럴 경우 중재위의 중립성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 사후검열을 하자는 것인가 중재위에 ‘국가적 법익’과 ‘사회적 법익’의 침해 여부까지 심의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중재위란 본래 사적(私的) 분쟁의 조정을 위해 설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이 국가적 법익과 사회적 법익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중재위에 광범위한 시정권고 권한을 부여한 것은 사실상 언론에 대한 사후검열을 용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낸 박용상(朴容相) 변호사는 “이 법안의 많은 문제점이 언론의 윤리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혼동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며 “정부가 언론사와 기자들을 옥죄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 자율영역까지 개입하려 드나

이 법안이 언론사에 보도와 광고를 자체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기구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심의결과를 공표토록 한 것도 언론사의 자율적인 영역까지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일선기자들은 자신의 기사에 대한 심의결과가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마당에 사기업인 신문사 내부의 심의결과를 공표하라고 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법안은 나아가 언론사가 취재, 제작 및 편집 등에서의 윤리에 관한 사항까지 정해서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군사정권도 아닌데 왜 그럴까?”

광고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언론사가 광고주와 연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은 언론사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광고수입 비중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각 언론사는 앞으로 광고 게재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상대 소송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명문화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변호사는 “군사정권도 아닌데 왜 이렇게 중요한 법안을 일부 시민단체와 여당이 급하게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며 “졸속으로 만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안 쟁점조항
조항주요 내용전문가 지적
제7조(자체심의)―언론사 자체적인 보도 및 광 고 심의 기구 설치
―심의 대상, 결과 등 공표
―신문사의 자율적인 사안까지 법으 로 강제하는 것은 언론 자유 위축
제8조(언론중재위원회의 설치)―중재위원 수 확대
―중재위원 5분의 1 이상 시민 단체 몫
―중립성 논란 소지
제22조(시정권고)―중재위, 보도내용 심의 후 언 론사에 시정권고 가능
―피해자가 아니라도 시정권고 신청 허용
―중재위, 언론사별 시정권고 내용 외부공표 가능
―사실상 언론에 대한 사후 검열
제27조(언론피해상담소 설치)―언론피해 상담 및 법률구조
―상담소 설치·운영 경비 국고 보조
―언론사 상대로 소송을 지원하는 민간기구만 국고를 지원하는 것 은 형평에 어긋남
―언론사 상대 소송남발과 2차적 피해 발생 우려
―국고보조로 상담소까지 정부 눈 치 살필 가능성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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