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맘 거드는 스마트폰 육아 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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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주고 기저귀 갈 시간 알아서 척척

잠에서 깬 아기가 ‘응애’ 하고 가냘픈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안 보이고 스마트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5, 4, 3, 2, 1. 5초가 지나자 “아기 울음 감지, 경보 개시!”라는 소리와 함께 집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가 달려온다. 스마트폰에서 ‘아기 기저귀 간 지 1시간 22분 지났습니다’, ‘아기가 매우 배고파요’라는 내용을 확인한 엄마는 기저귀를 갈고, 젖을 물린다.

요즘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베이비타임’ ‘열나요’(사진) ‘베이비모니터’ 등 스마트폰 육아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아기를 돌보려는 엄마들이 늘면서다. 이제 엄마들은 먹이고 재우는 기본적인 육아 과정조차 ‘직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베이비타임’에선 수유시간과 수유량, 기저귀 간 시간, 변 상태는 물론 손톱 깎은 날짜까지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다. 건망증 심한 아기 엄마한테는 ‘아기가 배고프다’는 알람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일일 통계와 기간별 통계까지 그래프로 보여준다. 기록한 내용은 즉시 다른 또래들과 비교할 수도 있다. 생후 9개월 된 아기를 둔 임은선 씨(32)는 “애를 기계랑 같이 키우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가끔 깜빡하는 아기의 밥때나 기저귀 갈 시간까지 앱이 꼼꼼하게 챙겨주는 걸 보면 나보다 나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체코 앱 제작사 타피탑스가 만든 ‘베이비모니터’는 아기가 자는 동안 엄마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준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시킨 뒤 자는 아기 근처에 놓으면 아주 미세한 울음소리도 감지한다. 울음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 5초 뒤 사전등록 해놓은 번호(집 전화나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알림 전화가 간다. 엄마가 오는 동안, 급한 대로 사전에 녹음해놓은 엄마 목소리로 아기를 달래거나 자장가를 자동으로 재생할 수도 있다.

‘열나요’는 출시 1년 만에 1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아기가 열날 때 ‘앱 지시에 따라’ 열을 체크하고 기록한다. 그러면 현재 상황이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해열제 복용시간과 투약의 주의점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엄마들 반응은 폭발적이다. “열날 때 많이 의지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듯했다” “엄마가 실수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히 챙긴다” 등의 사용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도우미 앱의 인기비결로 ‘효율성’ ‘불안감’ 등의 키워드를 꼽았다.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부연구위원은 “옛날처럼 할머니나 엄마의 육아지식을 곁에서 전수받기 힘들다보니 상황별로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특히 블로그·카페에 잘못된 정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전문가들이 만든 앱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스마트폰#육아 앱#베이비타임#열나요#베이비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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