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麵)이 좋다]면은 생선살로, 육수는 어묵으로… “밤늦게 먹어도 얼굴 안 부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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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어묵


“어묵 만드는 곳에서 우동도 만드네.”

부산의 어묵 전문기업인 ‘고래사’ 매장을 찾는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다. 흔히 어묵은 우동 위에 오르는 ‘부재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래사는 생선살을 이용한 면을 뽑아 우동을 만들면서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래사 제품인 어우동에는 생선을 넣은 면을 이용했다. 육수도 어묵을 우려내 만들었다. 여기에 유부와 함께 각종 어묵을 듬뿍 넣어 내놓는 우동 제품의 이름은 ‘어(魚)우동’. 2013년 11월 특허청에서 실용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어우동에 들어가는 면의 생선 함유량은 75% 수준이다. 젓가락으로 쉽게 부서지지 않지만 혀로 끊을 수 있을 만큼 탄력과 부드러움을 갖췄다. 밀가루 면과 달리 소화가 잘돼 속이 더부룩해지는 현상이 적다. 고래사 관계자는 “밤늦게 면 요리를 먹고 나면 얼굴이 쉽게 붓는데 어우동은 그런 현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래사는 어우동 외에도 생선살 면발을 고추장으로 볶은 ‘어볶이’, 해물을 넣은 ‘어짬뽕’, 크림소스를 얹은 ‘어파게티’ 등도 판매하고 있다. 생선 면발을 활용해 동서양의 주요 요리를 모두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고래사가 이 같은 메뉴를 개발한 것은 사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쉽게 어묵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어우동을 만드는 데도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지만 어묵을 면에 넣으며 다양한 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다양한 활용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어묵 면을 만든 것은 어묵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컸다. 면 요리는 전 세계인이 모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세계 각지 입맛에 맞춰 변형 조리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고래사 측은 “어묵에 대해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를 발전시켜 한국, 그리고 부산의 특산 먹거리로 발돋움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형광 고래사 대표 역시 “고래사 매장을 단순히 어묵 판매점이 아니라 동서양의 문화, 그리고 지역인 부산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내놓은 어우동의 판매량은 어떨까. 고래사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5일 동안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달 말에는 AK플라자 분당점에 정식 입점할 예정이다. 특히 어우동 등 생선살을 함유한 면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고래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 언론에서도 고래사 면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고 있다”며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고래사의 면 요리를 맛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사는 새로운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위생’을 강조하고 있다. ‘어묵 공장’ 하면 떠올리는 비위생적인 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묵을 튀긴 뒤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던 스펀지와 부직포를 대체할 위생 탈유기를 만드는 데만 8년 6개월을 쓴 바 있다. 가장 위생적인 생산 시설을 만들기 위해 어묵 생산 롤러도 8년 동안 1mm씩 미세 조정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에 나섰다. 고래사 어묵은 2006년 부산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업소로 선정된 바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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