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타이트한 스키니진, ‘바나나 남성’ 만든다

  • 입력 2015년 10월 26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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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경내 해면체 백막 섬유화돼 휘어진 상태로 발기 … 발기부전·조루 등으로 악화

지난해 한 명문대 대학원생이 학교 후배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 당했다가 선천적 음경만곡증이라는 이유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성기가 한쪽으로 휘어진 음경만곡증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도움 없이는 원만한 성관계가 쉽지 않고, 강제로 삽입을 시도할 경우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데도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지 않은 점을 무죄판결 이유로 꼽았다. 이로 인해 당시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누가봐도 혐의가 명백한 데 판결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들끓었고, 음경만곡증이 핫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관련 치료법 등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비뇨기과계에 따르면 최근 20대 초반 이른 나이부터 음경만곡증에 대해 문의하는 남성이 부쩍 늘고 있다. 대학생 오모 씨(23)는 “살면서 한번도 성기 모양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얼마전 처음 사귄 여자친구가 성기를 보고 바나나처럼 생겼다고 놀린 이후로 계속 신경이 쓰인다”며 “한 번 심리적인 충격을 겪다보니 잠자리를 가질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얼마 전에는 발기부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흔히 ‘바나나성기’로 불리는 음경만곡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발기시 성기가 아래 또는 좌우로 심하게 휘는 질환이다. 음경 한쪽에만 자극을 가하는 잘못된 자위 습관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타이트한 속옷 또는 스키니진을 자주 입을 경우 음경이 눌리면서 휘게 된다.

성기의 뼈대에 해당하는 백막 부분에 비정상적인 섬유성 조직이 생성된 경우에도 음경이 휠 수 있다. 정상적인 음경에는 두 개의 타원 원통 모양의 음경 해면체가 있고 여기에 혈액이 저장된다. 음경해면체는 저장한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백막으로 불리는 흰색의 빽빽하고 단단한 섬유성 조직이 둘러싸고 있다.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음경해면체를 지나가는 혈액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타원 원통이 부풀어오른다. 백막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커지지는 않는다. 음경해면체 내의 혈압이 점점 높아지면 평상시에는 구부러져 있던 음경이 곧바로 펴지면서 정상적인 발기가 일어난다.

백막이 과도한 성행위나 외부충격 등으로 손상되면 조금씩 섬유화되면서 딱딱해지고 결절이 생성된다. 이 결절이 백막의 팽창을 방해하면 음경이 휘어진 상태로 발기한다. 이윤수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은 “백막에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지속되고 성기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일부 환자는 수면 중 발기했을 때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치거나, 성관계시 자신과 파트너 모두 통증을 느껴 정상적인 성생활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선천적·유전적으로 페이로니병 유전자를 가진 경우에도 섬유화 결절이 생길 수 있다.

휘어진 정도가 심하면 부부관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심인성 조루나 발기부전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음경만곡증이 있으면 소변이 나오는 요도의 입구가 귀두 끝에 오지 못하는 요도하열이 발생해 소변을 제대로 보기 힘들어진다.

보통 어릴 때는 심각성을 잘 모르다가 성생활을 갖는 성인이 되면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명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음경의 백막이나 해면체에 지속적인 성생활로 인한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성교 시 무리한 체위로 음경을 좌우로 꺾으면 백막이 손상되면서 음경만곡증의 가능성이 커진다.

잘못된 자위 습관도 음경을 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방바닥에 엎드려서 자위행위를 심하게 하다가 ‘뚝’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 혹은 유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최근엔 타이트한 바지와 속옷을 즐기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발병률이 늘고 있다.
음경만곡증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심하게 휜 경우는 전체 남성의 0.037%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향은 아래로 휘어지는 경우가 50%로 가장 많다. 휜 각도는 30도 가량이 40%, 30~60도가 45%, 그 이상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음경이 휘어지고 구부러지면 다른 질병이 동반될 수 있다. 이윤수 원장은 “어린 나이에 음경만곡증이 있으면 소변이 나오는 요도의 입구가 귀두 끝에 오지 못하는 요도하열이 발생해 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성인은 발기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경이 15~30도 이상 휘어지거나, 성관계시 통증이 있고 발기력 저하가 동반되면 치료가 필요하다. 음경만곡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만곡의 정도가 30도 이하로 비교적 경미할 땐 항염제나 비타민E제제를 복용한다. 음경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주사요법도 있지만 효과가 미약한 편이다. 이윤수 원장은 “1차적으로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해 음경 휘어짐이 진행되는 것을 막은 뒤 손상된 백막을 교정하는 수술 등으로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을 땐 ‘네스비(Nesvit)’로 불리는 백막교정술(백막주름법)이나 음경보형물삽입술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섬유화 결절이 원인이 아니고 발기력에 문제가 없는 환자에게 적용하는 백막교정술은 휘어진 바깥쪽의 음경 길이를 안쪽 음경 길이에 맞게 주름 방식으로 봉합해 단축시켜 양쪽의 길이를 맞춰준다. 수술 특성상 음경 길이가 단축될 수 있지만 시술이 가장 손쉽고 부작용 위험도 적은 편이다.
음경해면체 내 섬유화된 백막(섬유성대)이 문제일 땐 이를 제거하는 섬유성대제거술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발기부전이 동반된 경우 음경보형물 삽입과 백막교정술을 병행하면 휜 성기를 펴고 성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가능하다. 남성확대수술이나 포경수술 부작용에 따른 만곡증은 섬유성대제거술이나 재봉합수술로 해결한다.

음경만곡증을 예방하려면 방어적인 성관계를 하고 성교 도중에는 발기된 음경을 구부린다거나 하는 행위를 삼간다. 특히 음경에 직각 방향의 압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섹스법은 ‘로데오섹스(카우보이가 소 등에 거꾸로 탄 자세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로 불리는 여성 상위 체위다.

이윤수 원장은 “자위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격렬하게 할 경우 백막을 손상시켜 음경만곡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최근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젊은 환자도 많은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단 및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재 = 박정환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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