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소아비만과 소아당뇨 “부모의 역할과 절제력 중요해”

  • 입력 2015년 5월 7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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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소아비만과 소아당뇨가 늘고 있다. 소아비만은 2형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기에 잘 관리해줘야 한다.

또, 아이가 기운이 없거나 물을 많이 찾고 소변을 자주 보며 체중이 줄어도 소아당뇨를 의심해봐야 한다.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내분비·성장클리닉 이기형 교수에게 소아비만과 소아당뇨에 대해 들었다.

에디터 곽은영 포토그래퍼 김현진 자문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내분비·성장클리닉 이기형 교수


A씨(35)는 요즘 38개월 된 딸의 체중이 계속 빠지는 게 이상해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이가 당뇨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A씨와 남편은 아직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당뇨에 걸린 것에도 놀랐지만,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든 부모는 자신들의 자식이 당뇨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B군(12)은 부모님이 단것을 못 먹게 해 속상하다. 친구들이 아이스크림, 사탕, 과자를 먹을 때 옆에서 함께 먹지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친구들이 왜 먹지 않느냐며 놀릴 때는 한 번 더 상처를 받는다. B군은 지나친 비만인 상태로 이미 합병증까지 오고 있어 부모가 각별히 관리 중이다. B군의 부모는 단 것을 좋아할 나이의 아들에게 먹을 걸 더 챙겨주기보다 먹지 말라는 소리를 해야 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더 먹으라고 권하는 건 미덕이 아니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어린아이는 잘 먹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 그러나 현대의 아이들은 이미 성장에 필요한 열량과 칼로리를 충분히 때로는 지나치게 섭취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과하게 음식을 권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과잉되지 않도록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과식, 폭식, 외식, 야식을 피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등 나쁜 식습관은 고치도록 도와주고 좋은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용기를 줄이거나 덜어서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소아비만은 선천적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의 발전과 식생활의 서구화는 아이들의 비만을 쉽게 불러오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패스트푸드 등 고칼로리 음식은 많아지는데 아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정규교육 과정에서의 체육활동과 야외활동도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소아비만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현재 체중을 유지하도록 지도

소아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소아의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학교 체육시간 및 야외활동을 강화시키는 등 교육제도의 개선도 중요하다.

“학교 체육활동만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교육시스템이 그렇지 못한 게 문제입니다. 일과 외적으로는 과도한 사교육과 과외활동이 이뤄지므로 가장 좋은 건 교육과정 내에서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게 안 된다면 가정 내에서라도 의식적으로 자녀들과 야외활동을 해야 합니다. 소아비만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소아비만은 비만이 되기 전에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관리해 예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모님이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소아비만이 심각할 경우에는 합병증이 더 빨리 진행되기도 한다.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고혈압 등 소아비만 합병증에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는데, 주로 10대 때 합병증이 나타난다. 고도비만의 경우에는 대사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나친 고도비만의 경우에는 체중감량을 해야 하지만, 일반적인 소아비만의 경우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보다,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키가 크기 때문에 체중을 유지하기만 해도 비만에서 벗어나게 되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부모님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소아 때 비만을 극복되지 못하면 성인비만으로 이어져요.”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소아당뇨

소아비만은 합병증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당뇨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소아비만이 2형 당뇨의 원인이 되는 경우이다.

소아당뇨는 성인당뇨와 마찬가지로 1형 당뇨와 2형 당뇨로 나뉘는데, 1형 당뇨는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혈당조절이 되지 않아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이고, 2형 당뇨는 성인당뇨와 비슷한 데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는 것이다.

1형 당뇨는 유전적 요인과 체질적 요인, 바이러스로 인해 췌장의 베타세포가 망가져서 오는 병으로 10만 명당 1~2명꼴로 걸리는데, A씨 딸의 경우 1형 당뇨에 걸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체중이 준다면, 1형 당뇨를 의심해볼 수 있다.

대체로 초기 당뇨는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혈당이 높아도 자가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만성고혈당 환자의 경우 차후에 합병증으로 심장이나 신경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소아당뇨에는 안정적인 가정환경 중요해

소아당뇨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영유아들에게 그 병에 대한 이해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물론, 제대로 약을 먹이고 주사를 맞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생활 자체가 불규칙해 혈당 조절이 어려워 성인당뇨보다 합병증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이기형 교수는 소아당뇨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뇨는 절제력이 굉장히 중요한 병으로, 소아의 경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요. 너무 낙담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르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줘야 해요. 제때 밥과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원만한 가정생활 유지가 중요한데 스트레스가 독이기 때문이에요. 자녀를 위해 부모가 먼저 안정을 취하고 튼튼한 보호막을 형성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아당뇨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과 속설을 무턱대고 따라 했다가는 고혈당에 노출되고 합병증이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령 ‘주사를 맞지 않고 건강식품만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등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비방은 위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사를 맞거나 약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자연치유를 선호하는데, 떠돌아다니는 말이 검증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해요. 100명 중 서너 명이 효과를 봤다고 한다면 그건 치료효과가 있는 게 아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세계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믿어야 합니다.”

소아비만과 2형 당뇨는 식습관이 원인이 되기도 하는 병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식이조절을 통해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혈당조절에 중요한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 소아당뇨의 경우 약물요법과 인슐린 주사요법을 충실히 해야 한다.

“당뇨는 약물요법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주사를 맞건 먹는 약을 먹건 두 치료를 병행하든 꾸준히 관리한다는 느낌을 안고 가야 해요. 또 운동을 너무 많이 하거나 식사를 제때 하지 않으면 저혈당이 되는데,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위험하므로 역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 당뇨 증상 체크

1. 어느 날 갑자기 기운이 없다
2. 소변을 자주 본다
3. 갈증이 생겨 물을 많이 먹는다
4. 체중이 줄었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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